박홍근 만나 몸 낮춘 주호영 "민주당 말 경청·수용"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문광호 기자 2022. 9. 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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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본청 원내대표실을 예방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취임 인사차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국회의장을 찾았다. 주 원내대표는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야당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한 듯 몸을 한껏 낮춰 경청을 약속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박 원내대표와 만났다. 양당 원내대표는 덕담을 주고 받으며 협력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주 원내대표는 우리 야당의 기대가 크다”며 “2년 전 국민의힘 초대 원내대표를 맡으며 여야 협력적 모습을 이끌었다. 그때 중대재해처벌법도 조정해줘서 처리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생은 여야가 있을 수 없어서 적극 협조할 생각”이라며 “머리를 맞대고 시급한 것부터 우선 처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는 한 강물을 먹는 파트너이지 결코 적이 아니다”라며 “같이 마시는 강물에 독극물을 풀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경쟁할 것은 경쟁하면서 타협할 것은 타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야 간 관계가 어느 때보다 편치 않은 상황이라 우려가 많다”며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 여당을 한 당이니 역지사지하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면 지혜가 나올 것”이라고 화답했다. 주 원내대표는 “자주 찾아 뵙고 자주 설명을 듣고 자주 도움을 요청하겠다”며 “저희가 국회에서는 야당이나 마찬가지고 민주당 협조 없이는 국회 결정을 못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애국심,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잘 안다”며 “시간이 지나서 ‘박홍근·주호영 원내대표가 있을 때 의회민주주의가 꽃을 피웠다’는 평가를 받는 꿈도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마냥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야당 역할을 여당이 인정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 원내대표는 “거대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대선에서 졌음에도 반성 없이 정부·여당을 발목잡기 한다는 프레임으로 우리 당을 모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야당이 하는 일이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만 치부하지 말고 경청하는 포용력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 말을 경청하고 수용하겠다”며 “당 논평도 품위와 품격을 갖춰서 인격모독적인 것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에게 개헌, 제2국회선진화법, 인사청문회 때 신상 비공개, 대통령·공공기관장 임기 맞추기 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를 둘러싸고 2년마다 강경 대립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형해화된 심사권 등을 고칠 계기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상생과 협치 정신으로 돌아가서 의회정치의 꽃을 피우자고 부탁했다. 박 원내대표도 그런 취지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박 원내대표 제안과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에는 김진표 의장을 만나 여야 간 대립 상황에서 중립적·적극적인 중재를 부탁했다. 김 의장은 “주 원내대표가 저와 17대 국회부터 정치를 같이했다”며 “남들은 한 번 하는 원내대표를 세 번씩이나 하는 게 원내대표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금은 당이 하도 어려운 상황이니까”라며 “의장께서 여야 간의 중재를 잘 해주시고, 국회가 제대로 협치하도록 잘 지도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주 원내대표의 경륜을 부각하며 “정치적으로 양당이 서로 쟁점이 있고, 결렬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다 마비시키면 안 된다”며 “민생경제 법안은 진행시키면서 정치적인 접점은 또 계속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저희들이야 뭐 하나 스톱되면 올스톱됐다. 거의 야당이 그랬다(마비시켰다)”며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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