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 모아서..일필휘지로 완성

이한나 2022. 9. 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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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의 '명상예술'展
광화문 세종대왕상 조각가
기운생동 회화 등 33점
신사동 청작화랑서 펼쳐
`Qiosmosis D21-6`(100×80㎝).
5~10분 기운을 모아 춤을 추고 3~4초 일필휘지로 완성된다. 어떤 의도도 없는 무념무상의 경지여서 액션 페인팅과는 또 다르다. "내 몸이 캔버스 앞의 붓이나 점토 앞 주걱이 되는 것 같다"고 김영원 작가(75)는 말한다.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으로 유명한 조각가 김영원의 '명상예술' 전시가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다음달 10일까지 열린다. 신작 회화 26점과 조각 7점, 총 33점을 선보였다.

홍익대 조소과 교수를 지낸 그는 김세중조각상(2002년)과 문신미술상 대상(2008년)을 받은 조각 거장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홍익대 대학로센터 앞 인간 형상의 청동 조각 '그림자의 그림자'로도 친근하다.

이번 전시에서 대거 선보인 그의 평면 작업은 조각의 밑그림이 아니다. 작가가 무아지경 속에서 만든 역동적 형상들로 무언가를 외치는 듯 강렬하다. 작가는 캔버스에 유화물감을 바르고 그 위를 다른 색으로 덮은 뒤 그 앞에서 작가가 기공(氣功)을 하며 손으로 화면을 휘저어 아래쪽 물감이 드러나게 하거나 종이 위에 붓을 휘갈겨 찰나의 몸짓을 남겼다. 작가는 "1994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나가 원형의 흙기둥을 손으로 긁어내는 기 퍼포먼스를 했는데, 서양미술인들이 신선한 조형 언어에 탄복했다"며 명상 회화의 기원을 밝혔다.

그는 1980년대 가혹한 사회현실에 거세게 저항하는 인체를 표현한 '중력 무중력' 연작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리스 시대 완성된 미의식과 비교당하며 구상조각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혹독했다. 급기야 건강까지 해쳐 1990년께 시작한 기공 수련이 전환점이 됐다. 작가는 "나 자신을 찾아가며 트라우마를 떨쳐내고 몸의 움직임도 자유로워졌을 뿐 아니라 새로운 해석의 길도 열렸다"고 했다.

2018년부터는 기가 이끄는 몸의 움직임으로 만드는 회화에 본격 매진했다. 일필휘지로 '기운생동'을 드러낸 작업이다. 작가는 "몸과 마음이 우주 기운과 하나가 되는 순간을 담고 있다"며 "이것이 물질과 자본 중심의 서양 세상에 대응하는 새로운 예술의 지지체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인체 이미지를 남기면서 기공의 세계를 담는 조각을 시도했다. 작가는 "대학로 조각을 사람들이 다시 돌아보고 대체 어디를 바라보냐는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흥미로웠다"며 "내 작품이 하나의 화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홍가이는 "서구 문명이 자연을 정복하고자 한 차원에서 우주·자연과 상호 적대적 관계였다면, 천지인합일의 우주 기 흐름과 공명하는 기공을 기반으로 한 김영원의 예술 행위는 친자연적인 신자연주의 예술을 21세기의 참예술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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