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한덕수 "美 IRA, FTA 최혜국 대우 위반"..오류 여부 살펴보니
(세종=뉴스1) 나혜윤 임용우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열린 국회 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일 것'이라고 답변한 것을 두고, 통상 현안과 관련한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으로, 통상 분야 전문가들은 한미FTA가 아닌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IRA 전기차법 세제혜택 차별조항 변경을 위해 정부는 물론, 정치권, 민간에서도 분투하고 있는 상황에 국무총리가 잘못된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최혜국 대우는 여타 나라의 상품 또는 투자자에게 부여한 우대 조치를 상대 체결국에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WTO와 FTA 모두 무역협정 시 내국민 대우 조항을 갖고 있지만 다른 점이 있다. FTA는 양국 간 협정으로 내국민 대우 조항만 포함돼 있는 반면, WTO 협정은 다수의 국가를 대상으로 해 최혜국 대우와 내국민 대우 조항이 모두 들어있다는 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혜국 대우는 양자 협정인 한미FTA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FTA상으로는 내국민 대우 조항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1은 산업부 관계자와 전문가를 상대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IRA의 협정 위반이 WTO나 한미FTA의 어느 부분을 위반했는지 사실관계를 체크해봤다.
-IRA는 무엇인가 ▶ IRA(Inflation Reduction Act)는 최근 급등한 미국 물가를 통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대내적으로는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대외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까지 포함한다. 기후변화 대응에 전기차 대중화 내용이 포함됐다. 전기차 구매자 모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북미지역에서 생산된 차량만을 대상으로 했다. 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자재인 리튬·코발트·니켈의 원산지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부터 공급받은 경우에 보조금의 절반을 지급한다. 이 법은 중국의 배터리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IRA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 IRA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에서 최종 생산·조립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금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지난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는 차종 21종이 발표됐는데, 국산 전기차는 단 1종도 포함되지 않았다.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 특성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국산 전기차는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속 무역적자에 허덕이는 우리나라 수출에 더욱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지난 17일 IRA가 시행되며 미국으로 수출 중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에 대한 보조금 혜택은 사라졌다.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며 경쟁력을 잃고 있어 국내 관련 산업들도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는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 성적이 바닥까지 곤두박질 칠 수도 있는 셈이다.
-IRA는 한미FTA나 WTO 협정의 어떤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나 ▶ IRA의 차별적 보조금 정책은 WTO 협정과 한미 FTA 협정 위반에 해당된다. 다만 최혜국 대우는 WTO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에 해당한다. FTA는 내국민 대우 원칙을 위반했다. WTO GATT의 최혜국 대우 원칙은 회원국 간 법적 차별을 포함한 사실상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자에게만 유리한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최혜국 대우 원칙 위반이다. GATT는 직간접적으로 상품의 특정 수량 혹은 비율이 국내공급원으로부터 공급되도록 규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배터리 및 부품의 원산지를 특정국으로 한정하는 IRA는 GATT는 WTO 협정 조항 2개를 위반하는 셈이다. 한미 FTA의 내국민 대우 원칙은 전기차의 조립국이 한국이든 미국이든 상관없이 내국민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등한 원칙이 적용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해서만 특혜를 부여한 것은 내국민 대우 원칙 위반이다.
-WTO 제소 승소 가능성은 ▶ EU·튀르키예 간 무역 분쟁 사례 등을 보면 WTO 제소 시 한국 승소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WTO가 여전히 항소기구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어 제소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보여진다. 결심까지 장시간 소요되는 점도 제소 의미를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승소하더라도 그간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미국으로 향한 것은 물론, 양국 협의 채널 등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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