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의사협회 갈등..보건소장직에 '의사만 가능' vs '보건직도 가능'
남구 "코로나 속 공모 시간 부족..빠르게 공석 채우기 위해 소장 직무대리 임용"
광주의사회 "내부직원 승진 위해 불법 저지른 것..의료체계 혼란 우려, 철회해야"
(시사저널=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보건소장은 의사만 가능할까 아니면 보건직 공무원도 맡을 수 있을까.
광주 남구가 일반직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 이해 당사자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애초 지자체와 의사단체 간에 시작된 논란은 공무원 노조와 의사단체가 성명을 주고받으며 첨예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21일 광주 남구와 광주시의사협회에 따르면 남구는 지난 16일 4급 상당 보건소장 자리에 내부 직원을 승진·임명했다. 해당 공무원은 임명 전 남구 보건행정과장으로 근무한 보건직 직원이며, 의사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 출신이다. 이에 대해 남구는 공석 중인 보건소장 자리를 빠르게 채우기 위해 그동안 보건소장 직무대리를 맡아왔던 보건직 공무원을 소장으로 임명했다는 입장이다.
보건소장은 의사 전유물?…지자체-의사협회, 엇갈린 '지역보건법 해석'
그러자 의사협회가 즉각 반발했다. 광주시 의사협회는 시행령에는 의사 면허 소지자만 보건소장으로 임명 가능한데, 남구가 '내부 직원의 승진을 위해 불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 1항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보건소장을 임용한다'는 항목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반면 남구는 '의사 면허 소지자를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 일반직렬 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적법한 인사였다고 맞서고 있다.
이 같은 입장 차는 보건소장의 임명 자격을 규정한 지역보건법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에 따르면 보건소장은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에 한해 임명이 가능하다. 다만 의사 면허 소지자를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건·식품위생·의료기술·의무·약무·간호·보건진료 직렬의 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남구는 코로나19 시기, 2개월간 보건소장의 자리가 공석이었다는 점을 의사 면허 소지자를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판단, 예외조항을 적용해 인사를 단행했다는 입장이다. 남구 관계자는 "전임 소장의 사직으로, 지난 7월 22일부터 9월 초까지 약 2개월간 보건소장 자리가 공석이었다"며 "의사 면허 소지자를 임명하려면 공모를 열어야 하고 또 시간이 소요된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보건소장은 보건소 150여명의 직원을 통솔하며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행정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보건 직렬의 사기진작에도 도움을 주고자 공모 없이 내부 직원의 승진으로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시의사협회는 '내부 직원의 승진을 위해 남구가 꼼수를 부린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의사협회는 보건소장에 대한 공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1년 만에 보건소장 임명과 관련한 조례를 개정했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꼽았다.
공무원노조, "보건소장 의사들 전유물 아냐…기득권 내려놔야"
그러자 이번에는 지켜보던 공무원노조가 보건소장은 의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의사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 남구지부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광주시의사회는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행정 경험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의사를 관행적으로 보건소장으로 임용해왔다"며 "남구는 그동안의 불합리한 관행에 종지부를 찍고 합리적으로 임용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건소 업무 대부분은 행정업무이기에 현장에서 보건행정 경험이 풍부한 전문 직렬이면 얼마든지 보건소장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보건소장은 의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진정 지역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면 1년6개월간 공석인 '일반의사'에 지원하라"고 쏘아 붙였다.
앞서 광주시의사회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광주 남구가 비의료인을 보건소장으로 임명한 데 대해 "의사직 대상 공모 절차 없이 내부 승진으로 비의료인을 보건소장에 임명했다"며 "감염병 대응 등 의료체계 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의사가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으나 의사직을 대상으로 한 공모 절차 또한 없었다"며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 어려운 경우 보건 등 직렬 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에도 해당하지 않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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