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패싱'부터 '조문 취소'까지.. 尹정부 외교 도마에 [이슈+]

김희원 2022. 9. 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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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취소' 논란 이어 섣부른 한·일 정상회담 발표 구설
日언론 "한·일 정상회담 불투명..만나도 단시간 그칠 것"
野, "팰로시 패싱으로 한국 피해.. 잇단 '외교 무능'" 지적
與, "대통령 외교에 시비걸지 말고 응원해야" 자제 촉구

윤석열 정부의 외교가 잇따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취소를 두고 잡음이 나오는 가운데 한·일 정상회담 개최까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외교 무대에서도 ‘헛발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런던 스탠스테드 국제공항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기시다 ‘강한 불쾌감’…정상회담 개최 불투명

21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 측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대통령실이 지난 15일 유엔총회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놓고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그렇다면 반대로 만나지 말자”고 반응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기시다 총리의 이런 반응은 대통령실의 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앞서 나갔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상회담은 통상 개최 사실이 확정되면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는 게 외교 관례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지난 15일 “유엔총회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으며 구체적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공개한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가 즉각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히면서 일본 언론들도 “일본 정부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발표는 삼가달라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 “일본 측이 신중한 자세를 굽히지 않아 (정상회담) 실현이 불투명하다” 등의 보도를 내놨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0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떠나기 전 도쿄 총리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이어진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대통령실은 18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회담 시간과 장소는 조율을 마무리한 상황”이라고 재확인했으나, 바로 다음날 “노코멘트 하겠다”며 갑자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19일엔 뉴욕에서 박진 외교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회담했다. 강제징용 문제 해법 등 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기시다 총리는 20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도쿄 하네다공항을 출발하면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관련 질문에 “현재 일정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사히는 이날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지만, 양국 정부의 온도 차가 두드러져 회담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진단하면서 “복수의 일본 외무성 간부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만나더라도 단시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한·미 정상회담 개최가 유력시됐던 현지시간 21일이 다가온 상황에서도 개최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논평을 내고 “정상회담은 양국간 합의와 실무 단계 조율까지 마무리되고 발표하는 것인데 윤석열 정부는 회담 상대국 정부와 언론에서 ‘한·일 간 신뢰 관계’를 운운하게 만들었다“며 “경제와 민생에만 무능한 줄 알았더니, 외교에서도 헛발질을 했다면 국민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 뒤 조문록을 작성하고 있다.   영국 외교부 플리커 계정
◆야당, “조문 취소 등 잇단 외교 실패” 맹공

윤 대통령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조문 취소’를 두고도 야당을 중심으로 “외교 무능”이란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18일 도착 당일 조문하려 했지만 영국 왕실에서 ‘교통 문제’로 다음날 방문을 요청했고 이를 따랐다”고 설명했으나, 야당은 “다른나라 정상들은 늦었어도 조문했다”면서 대통령실이 사전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긴 ‘외교 참사’라고 맹공하고 있다.

21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부산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세기의 장례식이니 대통령실과 외교부가 제대로 준비해 조문외교로 나라의 위상을 세우리라 기대했으나 대한민국 대통령은 (웨스트민스터 홀) 참배 조문을 하지 못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대통령실, 총리, 외교부는 엇박자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외교 무대 데뷔전이었던 20일 유엔 연설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너무 추상적이고 하나마나한 행간 없고 공허한 단어들의 조합에 불과했다”고 폄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에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카타르 군주 (에미르)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의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미국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방한 당시 윤 대통령이 휴가를 이유로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외교 결례’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어 최근에는 미국의 ‘전기차법’(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통과로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보게 된 이유도 ‘팰로시 패싱’과 관련이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 미숙’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내치에서의 실수는 선거에서 지면 그만이지만 외교에서의 실수는 우리 모두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 남은 일정에서는 제발 더 이상의 실책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여당은 야당이 “도를 넘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공격에 대해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조문하고 외교하는데 안에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시비거는 것은 대한민국 국격에 대한 자해행위”라고 지적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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