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안덕마을의 이색 환경 캠페인..바닷가 쓰레기 줍고 커피 한잔 '비치코인'
해양쓰레기 1마대에 커피쿠폰 제공 ‘비치코밍+코인’=‘비치코인’ 캠페인
제주 안덕면 해안 3곳서 10월까지 매주 수요일…4회까지 100여명 참가
“해양쓰레기가 많다는 뉴스를 자주 듣지만 대부분 무심코 넘기잖아요. 그런데 해변에서 직접 쓰레기를 주워보니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후부터 제주의 아름다운 해변 위 쓰레기가 계속 눈에 밟혀 오늘도 ‘비치코인’에 참가했어요.”
2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황우치해안에서 남편과 함께 쓰레기를 줍고 있던 정새원씨(38)가 말했다. 해변에는 페트병과 비닐, 부서진 스티로폼 등 바다에서 밀려온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번이 세번째 참가라는 정씨는 “처음에는 아이들과 함께 참가했는데, 교육적으로도 좋은 경험이 됐다”며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 아이는 학교에 가서 친구와 선생님에게 해양쓰레기 주우러 같이 가자고 했고, 6살 둘째 아이는 장래 희망이 해양쓰레기 없애는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10월말이면 종료된다고 하던데 장기적으로 운영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황우치 해안에서 차로 5분여 떨어진 안덕면 사계 해안. 탁 트인 바다, 산방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하지만 해변 곳곳에는 바다에서 밀려온 그물과 스티로폼, 누군가 버린 페트병 등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이 곳에서 쓰레기 줍기를 막 마친 이정현씨(39)는 “주변에 살고 있어서 ‘비치코인’ 캠페인을 알게 됐고, 외국인 친구도 동참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왔다”며 “산책 하면서 해양 쓰레기도 주울 수 있어 일부러 시간을 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이 진행 중인 ‘비치코인’이 이색 환경 캠페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치코인’은 제주 남서쪽에 위치해 산방산과 아름다운 해안을 품고 있는 마을, 안덕면에서 추진하는 캠페인이다. 매년 밀려드는 해양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환경운동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기 위해 쓰레기 1마대를 주워오면 주변 인기 카페의 커피 쿠폰 1장과 교환해준다. 행사를 추진한 안덕면사무소에서 해양쓰레기를 줍는 환경운동인 ‘비치코밍’과 동전을 뜻하는 코인(coin)을 합성해 ‘비치코인’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비치코인 캠페인은 지난 8월24일부터 오는 10월까지 매주 수요일 안덕면 지역의 황우치해변, 용머리해변, 사계해변 등 3곳에서 진행 중이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데, 해변에서 상시 활동 중인 바다환경지킴이에게 전용 마대를 받아 쓰레기를 주워 담고, 모두 채우면 코인(쿠폰)을 발급받을 수 있다. 주변의 유명 카페 4곳이 캠페인에 참가해 쿠폰을 무료로 제공 중이다.
이 캠페인에는 지난주 수요일까지 4회에 걸쳐 107명이 참가했다. 관광객 참가자도 30%에 이른다.
이 캠페인을 기획한 김동환 주무관은 “안덕 해안은 바람의 영향으로 매년 여름 전후로 많은 쓰레기가 밀려든다. 바다환경지킴이가 수시로 치우지만 한계가 있다”며 “관광객과 도민 모두에게 쓰레기를 줄이고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 개선, 자발적인 쓰레기 수거를 이끌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가족단위, 20~30대의 참여도가 특히 높다”며 “카페 4곳 역시 좋은 취지의 행사라며 흔쾌히 무료 커피 쿠폰 제공을 결정해 주셨다”고 말했다.
안덕면은 비치코인 캠페인이 호응을 얻으면서 내년에는 기간을 늘리는 등 보다 확대해 운영할 방침이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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