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거리를 20분 '뺑뺑'..갈 길 먼 로봇배달

옥기원 2022. 9. 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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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공원 로봇배달 이용해보니
"편의성도 떨어져..하루 주문 1~2건 그쳐"
개인정보 침해 예방·보행자 안전도 강구해야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달 로봇이 횡단보도를 건너서 이동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제공

“하루 1~2건이면 많은거고, 주문이 없는 날도 많아요.”

지난 20일 수원 영통구 광교아이파크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디저트·음료 가게를 운영하는 ㄱ씨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운영 중인 로봇배달 주문 건수를 묻는 질문에 “거의 없다”고 답했다. 이날 주문이 몰린다는 점심시간(오전 11시30분~오후 1시)에도 로봇배달 주문은 들어오지 않았다.

배민은 지난달부터 광교호수공원 인근에서 로봇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광교아이파크 단지 내에서 2020년 9월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승인받아 시작한 로봇배달 서비스를 인근 호수공원 일대까지 확대한 것이다. 지금은 도로교통법상 제약에 따라 아파트 단지나 회사 건물 등 일부 사유지에서만 로봇배달이 시범운영되고 있다. 배민 로봇배송 서비스는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로봇이 횡단보도를 건너 공유지인 공원까지 배달 범위를 확대한 부분이 주목을 받았다.

경기도 수원 광교호수공원 안에 배달 로봇 음식 수령지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옥기원 기자

광교호수공원 남쪽 잔디광장 주변 테이블엔 로봇배달 주문을 할 수 있는 정보무늬(QR)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정보무늬를 인식해 로봇배달 전용 앱 페이지에 접속한 뒤 인근 14곳 식당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커피 로봇배달을 주문하니, 도보로 200m 가량 떨어진 카페에서 커피 2잔이 배달되기까지 25분이 걸렸다. 안전요원의 동행하에 로봇이 테이블 앞에 도착해 보관 케이스를 열어 주문한 커피를 전달했다.

다른 가맹 음식점주들도 로봇배달 주문이 거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광교엘리웨이 2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ㄴ사장은 “로봇이 계단을 올라올 수 없어 1층까지 내려가 음식을 전달해야 해,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불편함이 있다”며 “로봇 배송 시간이 평일 오전 11시부터 3시까지로 제한돼 많은 손님이 이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민은 “현행 법상 인력이 동행하는 관리 문제 등으로 점심 전후 시간대에만 서비스를 하는데, 향후 저녁시간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호수공원에서 만난 광교아이파크 입주민 이아무개(41)씨는 “서비스 시작 초기에 자녀들이 신기해해서 로봇배달을 시켜본 적이 있지만 이후엔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지 내 가게를 직접 방문해 음식을 찾기까지 최대 10분이 걸리는 반면, 평지 같은 지정된 도로로만 이동하는 로봇의 특성상 시간이 두배 이상 소요돼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배민 집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광교아이파크 인근 로봇배달 이용건수는 1만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평일 운영 일수로 환산하면 하루 주문 건수는 약 18건이다. 광교아이파크 인근에 배치된 배달 로봇이 6대인 것을 고려하면, 각각 하루에 3차례씩 배달에 나선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달 로봇이 경기도 수원 광교호수공원에서 음료를 배달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제공

배민은 규제가 완화하면 로봇배달 수요가 더 늘 것이라고 본다. 이 업체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상 무인물체가 도로를 건널 수 없고, 녹지공원법상 중량 30㎏이상 로봇의 공원 출입이 불가능해, 공유지 서비스 확대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며 “로봇배달 데이터가 쌓여 서비스가 안정화하면 이용자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로봇배송으로 단거리 배송 수요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음식 배달은 기사 배정이나 비용 등의 문제로 단거리 배송이 많지 않지만, 로봇배달이 본격화할 경우 배송비가 크게 줄어 단거리 배달 수요가 크게 늘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토교통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배송로봇의 보도 통행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배송 플랫폼 업계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보행자 안전과 개인정보 침해 위험성에 대한 안전망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이사는 “자율주행 로봇 카메라가 찍은 주변 사진들을 관제센터로 보내는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 침해 문제와 로봇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을 자유롭게 출입할 때 보안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로봇이 보행로를 통행하면서 사고가 날 경우, 운영사와 로봇제조사, 알고리즘 데이터 생성자 등의 배·보상 책임이 모호해질 수 있다. 운영의 투명성과 피해구제 조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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