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과 물밑 접촉까지 차단..중국·러시아에 더욱 밀착하는 북한
북한이 한국·미국과 물밑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당분간 북한과 대화의 물꼬조차 트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고도화에 열중하면서 중국·러시아에 더욱 밀착하고 있다.
한·미 모두 비공식 경로로 북한과 물밑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같은날 다른 자리에서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아직 채널이 없는 상황이라 솔직히 얘기해 (북한과) 물밑 대화를 아직 하고 있지 않다”며 “대북 문제에서 공개적 대화가 다가 아닐 수 있다는 부분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같은날 서울 중구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여름 북한과 마지막 소통을 했다”며 “대화 재개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코로나19 관련 물품 지원 의사를 보냈으나 우리의 메시지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7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와 통하는 뉴욕 채널을 중심으로 접촉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한국석좌)은 지난달 30일 통일부 주최로 열린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북한은 지금 현재 협상에 관심이 없다”며 “실제 바이든 행정부가 접촉 노력을 했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남한의 잇따른 공개적인 대화 제안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이산가족 상봉 관련 남북 당국 회담 제안에 북한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5월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제안했지만 이 또한 무응답이다. 통일부는 이산가족 회담 제안과 방역 지원 제안 모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로 통지문 전달을 시도했지만, 북측은 통지문 수령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북한이 공개 제안뿐 아니라 물밑 접촉까지 응하지 않는 상황은 한·미와의 대화 여지를 완전히 차단한 현실을 나타낸다. 물밑 대화는 상대방의 대화 의지와 주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과거 북한은 공개적으로 강경 행보를 보이면서도 뉴욕 채널 등을 통해 미국과 물밑 대화를 시도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했다. 2019년 말 북·미 협상이 진척되지 않으며 물밑 대화도 사실상 중단됐다는 것이 전문가들 평가다.
남북, 북·미 간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강화되며 물밑 대화가 이뤄지기 힘든 환경이 조성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1일 기자와 통화에서 “지금 국면에서 북한은 한·미 정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핵무기를 고도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통화에서 “북한이 완전한 (대화)단절로 간 것은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중국·러시아와 공동 전선을 강화하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준비를 마친 것으로 평가되는 7차 핵실험 실시 이후에 대화 공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교수는 “북한이 끝까지 몰아붙이고 국면을 전환해온 패턴을 보면 7차 핵실험까지 하고 국면을 전환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터 차 부소장도 “우리가 모색할 수 있는 다음 (협상)기회는 7차 핵실험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와 소통을 중단한 북한은 전통 우방국인 중국·러시아와 더 밀착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 정권 수립일(9·9절)을 맞아 축전을 보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적대세력들의 극악한 고립봉쇄책동과 세계적인 보건위기 속에서 국가의 안전과 인민의 안녕을 굳건히 수호하며 사회주의를 승리적으로 전진시키기 위한 우리의 투쟁을 힘있게 고무하고 있다”며 사의를 표했다고 노동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외무성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최근 북한이 무기가 부족한 러시아에 수백만발의 단거리 로켓과 포탄을 판매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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