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집으로 돌아온 1세대 인디밴드 허클베리핀 "어떻게 함께 살아갈까 고민한 결과물..공감·위로되길"
1세대 인디밴드 허클베리핀이 7집 정규앨범 <더 라이트 오브 레인>(비의 빛)으로 돌아왔다.
허클베리핀은 앨범 발매를 하루 앞둔 2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작업실에서 청음회를 열고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2018년 정규 6집 ‘오로라피플’ 이후 4년 만이다.
22일 발매되는 신보에는 타이틀곡인 ‘템페스트(Tempest)’와 ‘눈’ ‘적도 검은 새’를 비롯해 총 10곡이 수록됐다. ‘템페스트’는 허클베리핀 특유의 몽환적인 사운드와 묵직한 비트가 돋보이는 곡이다. ‘적도 검은 새’는 섬세한 사운드에 감성적인 노랫말이 특징이다. 세 번째 타이틀곡 ‘눈’은 감성적인 언어로 위로의 메시지를 담았다.
리더이자 전곡을 작사·작곡한 이기용은 “이번 앨범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했다. “그동안 허클베리핀의 음악은 좋게 말하면 깊이가 있지만 어두운 정서가 깔려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렀고 이제 내면을 파고들어갈 게 아니라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했고 그 결과물이 이번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종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허클베리핀은 이번에도 시대적 과제인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을 노래에 담아냈다. 수록곡 ‘금성’은 “기후위기가 계속되면 지구 표면온도가 금성(약 250도)과 같이 될 것”이라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경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또 다른 곡 ‘비처럼’은 지구 온난화와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기용은 “ ‘환경부 장관’이라는 별명을 가진 보컬 이소영의 영향으로 (환경과 관련한) 고민을 하다가 이런 곡들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음반에는 최신 팝음악에서 받은 영감이 많이 반영됐다. 이기용은 “오랜만에 들어본 팝에 전에 없던 이 시대의 사운드 혁명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두아 리파, 빌리 아일리시, 테일러 스위프트 등 2010년대 이후 팝음악이 차용하는 베이스, 공간감 등을 공부하고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만든 것이 이번 앨범”이라고 말했다.
데뷔 25년차를 맞으면서 변화에 대한 고민도 컸다. 이기용은 “밴드로 25년간 활동을 하다보면 한계가 오는 지점이 분명 있다. 드럼이나 베이스, 기타로만 표현을 하는 데 한계를 많이 느꼈고 지난 5집을 끝으로 그런 변화를 모색하게 됐다”고 말했다. 각자의 역할을 하나로 고정하는 과거 작업 방식과 달리 역할을 확장하고 여러 악기를 연주해보는 것으로 작업 방식에 변화를 줬다고도 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것이 오래된 밴드가 현재를 버텨내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규 앨범의 시대가 저물고 많은 아티스트가 싱글 앨범을 낸 지 오래다. 허클베리핀은 여전히 정규 앨범을 고집한다. 이기용은 “소통을 하고 싶어 싱글을 내기도 하지만 큰 비중은 아니다”라며 “밴드로서 정규앨범을 발매한다는 것은 밴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발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 기관의 앨범 제작 지원사업이 싱글 앨범 위주로 이뤄지는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허클베리핀은 오는 11월12일 홍대 상상마당에서 ‘옐로우 콘서트’를 열고 팬들을 만난다. 옐로우 콘서트는 허클베리핀의 대표적인 브랜드 공연으로 올해로 18회차를 맞았다.
한국 인디밴드 1세대로 꼽히는 허클베리핀은 1998년 1집 ‘18일의 수요일’로 데뷔했다. 데뷔 앨범과 3집 ’올랭피오의 별’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이름을 올렸다.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앨범을 수상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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