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위조 번호판 밀수입 외국인들 검거..각종 범죄에 악용

신정훈 기자 2022. 9. 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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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된 자동차 번호판을 밀수입해 국내에 판매·구매한 외국인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해외에서 위조된 차량 번호판을 밀수입한 일당이 붙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번호판은 마약 거래 등 외국인 범죄에 다수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경찰청 마약수사대는 태국 현지 공장에서 국내 차량 번호판을 위조 제작·밀수입·판매한 외국인들을 검거했다. 사진은 압수한 위조 번호판/충북경찰청

◇범죄에 악용된 위조 번호판… 마약사범 검거 과정서 드러나

충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태국인이 청주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추적 끝에 지난 6월 태국 국적 A(30)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그는 올해 2월부터 3월 사이 청주에 거주하는 태국인 3명에게 5회에 걸쳐 필로폰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가 이용하는 K5 승용차 번호판이 수시로 달라지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 검거 후 경찰은 그의 차량에서 부착된 번호판 외에도 하나의 번호판을 더 발견했다. A씨는 경찰에서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대포차에 위조 번호판을 구매해 부착했다”고 진술했다.

SNS를 통해 위조 번호판을 구매, 범죄에 이용한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위조 번호판 판매조직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3개월여 수사 끝에 위조 번호판을 태국에서 제작해 국내로 밀수입한 일당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었다.

신지욱 충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이 21일 위조 번호판 유통·판매 조직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밀수입 유통책과 구매 외국인 21명 검거…번호판 갈수록 정교해져

충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태국인 B(42)씨 등 유통책 3명을 구속하고, 번호판을 구매한 21명을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현지 총책 2명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B씨 등은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위조된 차량 번호판 126세트를 청소용품이나 의류품으로 위장해 국제택배로 국내로 들여왔다. 그리고는 SNS를 통해 국내에 불법체류중인 태국인 113명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작비용은 1만 3000원인데 이들은 한 세트당 45만원을 받고 판매, 총 5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태국 현지 공장에서 직접 번호판을 의뢰해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번호판은 스티커를 붙여 위조하는 방식에서 페인트를 칠하는 방식으로 발전했고,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점차 정교해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위조 번호판을 판매, 구매한다는 SNS 대화 내용/충북경찰청

◇위조 번호판, 외국인 범죄에 악용

이렇게 유통된 번호판은 대부분 불법체류 외국인이 이용하는 대포차에 이용됐고, 그중에는 마약거래에 이용되기도 했다.

지난 8월 괴산에서 이들이 판매한 위조 번호판을 구매해 부착한 대포차량이 신호 대기 중인 차량 두대를 들이받고 달아나는 사고가 있었다. 경찰에 붙잡힌 운전자는 태국 국적의 남성 C씨로 불법체류 신분이었는데, 조사 결과 마약을 투약하고 판매하는 등 범죄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C씨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위조 번호판을 부착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12월 음성군에서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운전하던 대포차가 행인을 치고 달아났다가 2주 만에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사고 차량도 이들이 판매한 위조 번호판을 구매해 부착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회수된 번호판 고작 29세트…경찰, 유통된 위조 번호판 수배

경찰은 국내에 유통된 위조 번호판은 모두 113세트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수사를 통해 회수한 위조 번호판은 고작 29세트에 불과하다. 아직 90개의 위조 번호판을 부착한 대포차가 여전히 운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차량이 또다시 범죄에 악용되거나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어 빠른 회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경찰은 태국 현지 총책을 설득, 국내에 유통된 위조 번호판의 번호를 모두 확보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해당 차량번호에 대해서 전국에 수배도 내렸다고 했다.

신지욱 마약범죄수사대장은 “위조된 자동차 번호판은 사용·소지만 해도 처벌될 수 있다”며 “가짜 번호판 의심 차량을 발견할 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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