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경찰, 가정폭력 신고에 "위험한 상황 없어" 복귀..피해자 중태

부부싸움 중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하려 한 남성이 출동 경찰관을 밀치고 달아났다가 도주 2시간여 만에 붙잡혀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경기 용인서부경찰서는 남성 A 씨(30대)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해 오늘 수원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 17일 오전 11시쯤 자신이 사는 주택에서 아내 B 씨(30대)를 주먹 등으로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쯤 B 씨로부터 112 신고를 받았습니다. 경찰은 10∼20초간 이어진 통화에서 남성과 여성이 실랑이하는 소리가 나다 전화가 끊기자 부부싸움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해 출동 지령을 내렸습니다.

앞서 사건 당일 새벽 0시쯤에도 A 씨와 B 씨가 각각 가정폭력 신고를 해, 당시 경찰은 A 씨에게는 B 씨에 대한 100ｍ 이내 접근금지와 연락 제한 등 긴급 임시 조치를 내린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경찰은 오전 9시쯤 B 씨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고, B 씨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은 이대로 끝나는 듯 했지만, 2시간 후 B 씨로부터 2차 신고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경찰은 신고 접수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문을 두들겨도 인기척이 없었고 30분간 주변 수색 끝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별다른 조치 없이 복귀했습니다. 

그러나 신고 이후에도 B 씨 휴대전화 위치가 A 씨 집 주변으로 뜬 상태로 계속해서 머물러있자 경찰관들이 다시 출동했습니다. 

경찰들이 여러 차례 문을 두들긴 끝에 A 씨가 문을 열었고, 경찰이 신고 내용에 관해 묻자 A 씨는 횡설수설했습니다. 

이후 경찰이 내부를 살펴보겠다며 강제 진입을 시도하자 A 씨는 경찰관을 밀치고 달아났습니다. 

경찰은 즉각 A 씨의 차량을 수배해 추적에 나섰고, 도주 2시간여 만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A 씨를 붙잡았습니다. 

한편, 집 안에는 B 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즉각 옮겨졌지만, 사건 발생 나흘이 지난 현재까지 의식이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이 A 씨를 구속 송치한 가운데 사건 당일 2차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경찰관들이 신고자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복귀한 점 등을 두고 초동 대처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출동 경찰관들은 현장에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어 문 강제 개방에 나서지 못했고 주변 수색을 한 뒤 새로운 지침을 받기 위해 복귀했던 것"이라며 "대처에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인 만큼, 출동 경찰관의 판단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A 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