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북핵 실험 단호 대응해달라"..구테흐스 "유엔 믿어도 돼"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북한이 개방의 길을 택하도록 노력하되 추가 무력도발을 감행하면 단호한 대응을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유엔 기조연설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북핵 문제를 언급하며 국제사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 사무국에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만나 “북한의 완전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한반도 지속가능한 평화의 노력을 사무총장께서 지지해 주신 데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밝혔다. 면담은 30여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개방의 더 나은 길을 선택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 국제 금융기구, 동북아까지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닫힌 문을 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강구해서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거나 추가 핵도발을 감행할 때는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윤 대통령과 대한민국은 유엔을 믿어도 된다.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명확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고 김 수석은 전했다.
이날 면담에 앞서 이뤄진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선 북핵 문제가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북핵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는 대신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 문제 등으로 뭉뚱그려 표현했다. 대신 자유와 연대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위한 유엔의 역할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구테흐스 총장과의 면담에서 기조연설을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윤 대통령의 연설은 우리가 가진 생각과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들어보니 지금 당장 유엔 사무총장을 해도 손색이 없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파병을 거론하면서 “대한민국과 유엔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이를 잊지 않고 있다”면서 “유엔에서 세계의 자유를 지키는 활동에 적극 협력하고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한국은 유엔 회원국 중 가장 모범적이고 환상적인 파트너”라며 “(유엔이) 70여 년 전 그 당시 한국을 지켜낸 것은 정말 제대로 한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마친 직후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오찬을 하면 북핵 문제를 언급했다고 김 수석은 밝혔다. 김 수석은 “북한이 비핵화와 함께 개방화 시도를 할 때 금융 기구와 국제 기관의 전폭적 조력이 이뤄질 수 있다는 데 (두 사람이) 뜻을 함께 했다”고 전했다.
뉴욕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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