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입된 차량 번호판..마약, 교통사고 뺑소니 범죄에 사용

이삭 기자 2022. 9. 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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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경찰청이 압수한 위조 차량 번호판. 충북경찰청 제공.

위조 차량 번호판을 태국에서 밀수입해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일부 구매자들은 속칭 ‘대포차’에 이 번호판을 부착해 범죄 등에 사용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자동차관리법위반혐의로 태국인 A씨(42) 등 유통책 3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위조번호판을 구매해 ‘대포차’에 부착해 몰고 다닌 21명도 같은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대포차는 명의가 이전되지 않은 중고 자동차를 일컫는 말이다.

구매자는 모두 태국 국적의 불법체류자 신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등 3명은 지난해 7월쯤 태국에서 위조한 국내용 차량 번호판 126세트를 청소용품 또는 의류품으로 위장해 밀수입한 뒤 국내 체류 외국인들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 세트당 45만원을 받고 구매자들에게 위조 번호판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 차량 번호판 판매자와 구매자 간 페이스북 대화 내용. 충북경찰청 제공.

A씨 등의 범죄는 경찰이 마약 판매책인 태국인 B씨(30)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난 6월 검거된 B씨는 자신의 승용차 번호판을 여러 차례 바꿔 운행하며 경찰의 포위망을 벗어났다.

신지욱 마약범죄수사대장은 “B씨 검거 이후 차량 번호판이 위조된 것임을 확인하고 3개월간의 수사 끝에 이들을 붙잡았다”며 “국내에서 위조된 차량 번호판이 적발된 사례는 많았지만, 외국에서 위조된 국내용 차량 번호판이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국 현지 공장에서 의뢰해 국내용 번호판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초기에는 번호판의 검은 부분이 테이프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검은색 페인트를 칠하는 등 정교해졌다”며 “맨눈으로 구별이 힘들지만, 자세히 보면 구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매자들은 국내에서 차량을 사용할 수 없는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차량을 운행할 목적으로 위조 번호판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일부 구매자들은 위조된 번호판을 경찰이 쉽게 추적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 범죄에 이용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8월 괴산에서 검거된 위조 번호판 구매자는 대포차를 운전하다 신호 대기 중인 차량 두 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났다. 신 대장은 “이 구매자는 마약을 투약하고 판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위조 번호판을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음성에서는 또 다른 위조 차량 번호판 구매자가 사람을 치고 달아난 지 2주 만에 붙잡혔다.

경찰은 국내 유통된 위조 번호판 113세트 중 29세트를 회수하고, 유통된 84세트는 번호를 특정해 전국 수배 조처를 내렸다. 경찰은 태국 현지 총책인 2명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김명기 충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팀장은 “위조된 자동차 번호판은 사용·소지만 해도 처벌될 수 있다”며 “가짜 번호판 의심 차량을 발견할 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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