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약인데..아버지가 맞으면 매달 14만 원, 딸은 148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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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김희정 씨는 밤마다 중3 딸의 몸을 긁어줍니다. 14년 동안 중증 아토피를 앓고 있는 딸의 증상이 심해질 때면, 피가 날 때까지 긁어 줘도 가렵다고 합니다. 딸의 몸에는 언제나 상처가 가득합니다.
김 씨는 “긁다 보면 피가 나는데 그래도 또 긁고, 샤워하다 보면 따갑고 아픈 게 하루하루 반복되고 있다”며 가슴 아파합니다. “딸 아이 초등학교 때는 아이들이 '세균덩어리'라고 놀렸고, 길을 걸어가면 주변에서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표적 치료제 주사 한 번에 74만 원”
딸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치료를 받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담당 의사는 어머니에게 아토피를 표적 치료하는 신약을 맞는 게 좋겠다고 권했지만 집안 형편상 맞힐 수가 없습니다. 표적 치료제는 병의 원인이 되는 일부 세포만 표적해서 없애는 것으로,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돼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가 높습니다.
딸이 아토피 표적치료제를 맞으려면 성인 기준으로 한 번에 74만 원 정도 하는 주사를 매달 두 번씩 맞아야 합니다. 김 씨 가족의 월 소득이 260만 원 정도인데, 주사 치료에만 148만 원을 써야 하는 셈입니다.
표적치료제 처방이 비싼 이유는 소아청소년에게 산정특례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산정특례는 진료비가 많이 드는 중증 질환의 치료비를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로, 소아청소년의 표적치료제 처방은 제외돼 있습니다.
“같은 약인데 아버지는 7만 원… 가격차 10배 이상”
딸과 같이 중증 아토피를 앓고 있는 김희정 씨의 남편은 얼마 전부터 표적치료제를 처방받아 자가주사를 놓기 시작했습니다. 18세 이상 성인에게는 표적치료제 처방에 산정특례가 적용돼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남편은 한 달에 두 번 맞는데, 한 번에 7만 1천 원씩 총 14만 2천 원의 약값이 듭니다. 같은 주사약을 딸이 쓰면 매달 148만 원이 드는 것에 비하면 1/10도 되지 않습니다. 김 씨는 아토피 때문에 반바지를 못 입고 다녔던 남편이 이제는 반바지만 찾을 정도로 증상이 나아졌다고 전합니다.
김 씨는 “딸이 냉장고만 열면 아빠의 주사제가 보이는데, 손만 뻗으면 되는데 주사를 놓을 수가 없다”며 “남편이 너무 미안해하고 있고, 자기 주사를 딸한테 주고 싶다고 하는데 처방도 없이 법으로든 어쨌든 안 되는 거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중증 아토피 입원환자 절반이 10대 이하”
중증 아토피에 효과적인 표적치료제를 소아청소년이 맞기 쉽지 않지만, 이 주사가 필요한 소아청소년은 많습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 중 입원할 정도로 증상이 심했던 환자는 134명이었습니다. 이 중 10대 이하는 71명, 전체 입원환자의 53%에 달했습니다.
전체 아토피 환자 중 10대 환자의 비중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아토피 환자 98만 9,750명 중 10대 이하 환자의 비중은 48%에 달했습니다. 아토피 환자 10명 중 5명이 10대 이하지만 산정특례 혜택에서는 소외된 겁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중증 아토피 신약에 대해서도 산정특례가 적용되고 있는데, 문제는 아동청소년들은 제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인과 아동청소년의 약값 차이가 10배나 나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굉장히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표적치료제의 부작용이 적고 효과도 빠르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맞지 못하는 소아청소년이 많기 때문에 산정특례를 통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는 "중증 아토피 환자에게 기존 면역억제제보다는 표적치료제가 효과가 빠르고 부작용이 적어서 오히려 더 안전하다. 기존의 면역억제제도 1년 이상 계속 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소아청소년 치료에 표적치료제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밝혔습니다.
황규락 기자 rocku@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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