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자유를 위한 국제사회 연대' 호소한 윤 대통령 첫 유엔 연설

연합뉴스 2022. 9. 2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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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유엔총회 연설하는 윤석열 대통령 (뉴욕=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2.9.21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 데뷔 무대에서 자유를 위한 국제 사회의 연대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10번째 기조연설자로 연단에 올라 "한 국가 내에서 어느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대해 그 위협을 제거하고 자유를 지켜야 한다"면서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도 어느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해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와 연대:전환기 해법의 모색'이라는 제목의 이번 연설은 내용만 보면 국제사회의 보편 가치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자유 진영과의 가치 동맹이 한국 외교 정책의 지향점임을 국제무대에서 공식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냉전과 블록화 등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의 입장을 비교적 선명하게 밝힌 것이다.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대량살상무기(WMD), 인권 유린을 꼽은 것도 다분히 중국, 러시아, 북한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무력에 의한 대만 통일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고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신강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에서는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7개월째 전쟁 중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이미 널리 알려진 국제사회의 골칫거리이다.

윤 대통령은 11분간의 길지 않은 이번 연설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21차례나 언급했다. 자유는 지난 5월 대통령 취임식, 지난달 광복절 기념식에서도 연설의 핵심을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취임사에는 자유가 35번, 광복절 경축사에는 33번 나온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그동안 축적해온 보편적 국제 규범 체계에 대한 강력한 지지와 연대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한국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늘렸고, 코로나19 국제 공조 체계인 ACT-A(치료제 및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고 공평한 배분을 보장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에 3억 달러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공언한 약속인 만큼 철저하게 실천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북한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은 것도 다자 외교의 본거지에서 자유와 연대라는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한 고려가 작용한 듯하다. 동시에 북한의 입장을 배려한 측면도 엿보인다. 북한이 새 대북 정책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기존 내용을 '플러스알파' 없이 국제무대에서 반복하는 것은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취임 후 두 번째인 윤 대통령의 이번 해외 순방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과 유엔 총회를 계기로 이뤄진 것이지만 더 관심이 가는 일정은 21일로 예정된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다. 미국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일본과는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라는 양자 간 중대 현안이 대두해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구상이 무르익는 시기에 한국 기업에 엄청난 불이익을 초래하는 IRA를 강행할 경우 동맹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해 실질적 정책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어 어찌 보면 단순한 데 문제는 한일 정상회담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국이 정상회담 개최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그렇다면 반대로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의 오만한 태도에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우리 외교 라인의 엉성한 일 처리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정상회담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양국 동시 발표가 원칙이다. 혹여라도 전 정부와의 차별화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과잉 의욕을 보이다 생긴 일은 아닌지 걱정이다. 다자회의에서 격식을 따지지 않고 하는 회담인 풀어사이드나 그보다 더 약식으로 서서 잠깐 얘기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러모로 가변적인 상황이지만 국익을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 측의 태도로 볼 때 양국 관계 정상화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회담 성사 여부나 형식과 관계없이 대일 관계 개선이라는 정책 방향을 유지하되 너무 서두르지는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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