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원 대 319원..껌값만도 못한 쌀값 [유레카]

정남구 2022. 9. 2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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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미군이 우리나라에 껌을 들여오자, 해태와 오리온 등이 껌을 만들어 팔았다.

그해 롯데의 바둑껌을 포함해 9개 제품이 팔렸는데 민트껌 제품들은 한통에 2원, 풍선껌은 3~5원이었다.

몇천원 하는 잘 팔리는 껌은 말할 것도 없고, 후레쉬민트 한통 값에도 못 미친다.

농민들은 이제 '쌀값이 껌값만도 못하다'며, '껌값이지'라고 하지 말고 '쌀값이지'라고 해야 한다고 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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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1945년 미군이 우리나라에 껌을 들여오자, 해태와 오리온 등이 껌을 만들어 팔았다. 일본에서 껌 사업을 먼저 시작한 신격호 롯데 창업자는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해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그해 롯데의 바둑껌을 포함해 9개 제품이 팔렸는데 민트껌 제품들은 한통에 2원, 풍선껌은 3~5원이었다. 바둑껌이 1원50전으로 가장 쌌다. 롯데가 서울 양평동에 공장을 짓고 1972년 처음 출시한 후레쉬민트는 크기를 키운 ‘대형 껌’으로, 한통에 5개가 아닌 6개를 담았다. 초산비닐수지가 아닌 천연 치클을 사용해 가격이 20원으로 뛰었다. 그런데도 엄청난 히트상품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며 껌값도 많이 올랐다. 2021년 초 롯데는 2018년 단종했던 후레쉬민트를 재출시했다. 26g, 9개들이 한통이 1천원이었다. 중량을 제쳐놓고 보면 50년 만에 50배 오른 것이다. 그렇지만 껌은 한두통 산다고 지갑을 바닥내는 것이 아니어서, 사람들은 절대가격이 낮은 것을 지금도 ‘껌값’이라 한다.

요즘 중간 크기 즉석밥 한 그릇엔 200~210g의 밥이 들어간다. 한 공기 분량이다. 온라인쇼핑몰에서 사면 한개에 700~850원에 살 수 있다. 몇천원 하는 잘 팔리는 껌은 말할 것도 없고, 후레쉬민트 한통 값에도 못 미친다. 이 즉석밥을 만드는 데 쌀 100g이 들어간다. 9월14일 서울의 20㎏ 쌀 한 가마 소매가격이 6만3800원이니, 100g에 319원꼴이다. 농민들은 이제 ‘쌀값이 껌값만도 못하다’며, ‘껌값이지’라고 하지 말고 ‘쌀값이지’라고 해야 한다고 울상이다.

1975년치부터 자료가 있는 통계청의 품목별 물가지수를 보면, 껌은 2021년까지 12.5배로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10.8배로 뛰고, 쌀은 10배로 뛰었다. 35개 농산물 품목지수가 같은 기간 평균 27.7배로 오른 것에 견주면 쌀값은 상대적으로 싸졌다. 쌀값 하락은 수요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선 재고가 폭증하고 햅쌀 생산량이 수요를 초과할 것이란 전망이 퍼지며 산지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쌀값 하락은 소비자 처지에선 반길 일이다. 그러나 주곡인 쌀의 국내 생산 기반을 흔드는 정도여선 안 된다. 수요에 맞게 벼 재배면적을 줄이되, 생산농가의 소득도 안정되게 정부가 쌀값을 관리해가야 한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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