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인터넷 안 터져도 '위성'으로 긴급문자 보내는 애플..통신사와 경쟁하나
휴대전화 신호가 터지지 않는 오지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애플 아이폰14는 긴급 위성통신 기능을 통해 SOS(조난신호) 문자를 보낸다.
애플이 최근 출시한 신작 아이폰14 시리즈에서 통신업계의 주목을 끈 건 단연 ‘위성통신’ 기능이다. 현재는 위급상황에서만 위성통신을 지원하지만, 애플이 향후 위성통신 서비스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면 통신사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앞으로 애플이 SOS 기능을 넘어 위성통신을 이용한 더 많은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결국 애플이 AT&T와 같은 통신사들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19일(현지시간) 내다봤다.
애플은 지난 7일 아이폰14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이동통신 기지국이 없는 지역에서 응급상황에 SOS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동통신망이나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아닌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을 통해 신호 송수신이 이뤄진다. 오는 11월부터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서 시작돼 2년간 무료로 서비스된다. 애플은 이 서비스를 위해 인공위성 업체인 글로벌스타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
통신업계는 애플의 SOS 기능이 앞으로 위성통신 서비스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위성통신은 저궤도(지상 160~2000㎞)에 있는 위성을 기지국 삼아 신호를 주고받는 서비스다. 이미 구글, 화웨이 등 해외 테크기업들은 스마트폰에 위성통신 서비스를 접목하기 위한 행보에 돌입했다.
화웨이는 이달 자사 스마트폰 신제품에서 비상상황시 베이더우 위성 항법 시스템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다만 이 서비스는 중국 내에서만 가능하다. 구글도 위성과의 통신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다.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은 이달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현재 우리는 위성과의 연결되는 (폰을) 설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가 만든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자사의 위성인터넷 ‘스타링크’ 위성을 이용해 미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의 문자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테스트 서비스가 시작된다. 여기에 최근 머스크가 애플과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스타링크와 아이폰14을 연계한 애플의 ‘위성 문자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FT는 규제와 비용이 위성통신 확대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인공위성 과밀화로 민간통신용 위성을 발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까지 1만여 대가 넘는 인공위성이 발사됐고, 2020년 한 해에만 1000대가 넘는 인공위성이 우주로 향했다.
현재 촘촘하게 구축돼 있는 인터넷망보다 위성통신 비용은 훨씬 비싸기 때문에 대중화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위성통신은 비싼 데다가 안정성도 떨어져서 메인망으로 자리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하지만 6G 서비스가 시작되고 기술이 급격히 발전할 때를 대비해 통신사들도 위성통신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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