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방어' 발언 이틀 만에 미·캐나다 군함 대만해협 통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군이 방어할 것이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미국과 캐나다 군함이 동시에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중국은 “일체의 위협과 도발에 단호히 반격하고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 해군 7함대 사령부는 20일(현지시간)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히긴스함이 캐나다 핼리팩스급 호위함 밴쿠버함과 협력해 대만해협을 지나갔다고 밝혔다. 7함대는 이번 항행에 대해 “군함은 특정 연안국의 영해에서 벗어난 해협의 통로를 통과했다”며 “이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과 동맹·파트너의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28일에는 챈슬러스빌함과 앤티넘함 등 미국 미사일 순양함 2척이 대만해협을 항행했다. 미국과 캐나다 군함이 함께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이번 항행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군사 개입’ 발언이 나온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며 미군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례 없는 공격이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에서와 달리 대만의 경우 미군이 방어에 나서는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게 심각한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강력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반발했다.
미 해군은 이번 항행을 ‘정례적인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민감한 시점에 작전이 이뤄진 만큼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 후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해협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미국과 캐나다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며 공개적으로 대대적인 선전을 했다”며 “동부전구는 해·공군 병력을 조직해 전 과정을 감시·경계했다”고 밝혔다. 또 “동부전구 부대는 시시각각 고도의 경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일체의 위협과 도발에 단호히 반격하고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7함대 사령관은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면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칼 토마스 사령관은 이날 보도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매우 큰 규모의 해군을 갖고 있고 만약 그들이 대만을 괴롭히고 봉쇄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며 “대만을 둘러싼 이견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라지만 만약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면 국제사회가 그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스 사령관은 또 “중국이 대만을 침략할지 봉쇄를 감행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무슨 일을 하든 그에 대비하는 것이 나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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