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극장 앞, 춤추고 노래하던 청춘.. 스크린에 추억이 쏟아진다

손효주 기자 2022. 9. 2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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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직전인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 앞.

깊어져 가는 가을 홀로 추억에 잠긴 세연이 읊조리듯 노래를 시작한다.

20대 세연과 진봉을 중심으로 수많은 젊은이가 수줍은 모습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등 그들의 청춘이 펼쳐진다.

40~60대는 세연과 진봉 등 배우들이 부르는 이들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추억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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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주크박스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폐업 직전인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 앞.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영화관 앞에서 내린 중년 여성 세연(염정아)이 추억에 빠져든다.

“우리 옛날에 여기서 영화 자주 봤었잖아.”

남편 진봉(류승룡)에게 전화로 다정하게 젊은 시절 얘기를 건네 보지만 돌아오는 건 무뚝뚝한 반응뿐. 깊어져 가는 가을 홀로 추억에 잠긴 세연이 읊조리듯 노래를 시작한다.

“아직도 생각나요. 그 아침 햇살 속에 수줍게 웃고 있던 그 모습이.”

가수 이문세의 ‘조조할인’이 세연 입에서 흘러나오며 서울극장 앞은 영화 ‘사랑과 영혼’이 개봉했던 1990년으로 바뀐다. 20대 세연과 진봉을 중심으로 수많은 젊은이가 수줍은 모습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등 그들의 청춘이 펼쳐진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세연(염정아)과 진봉(류승룡)이 연애 초기인 20대 시절 서울극장 앞에서 만나 함께 춤추는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8일 개봉하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를 표방했다. ‘조조할인’처럼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노래들로 구성했다는 뜻. 주크박스에서 노래가 나오듯 수시로 인기곡이 흘러나온다.

영화는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며 평생을 헌신하던 세연이 폐암 말기 선고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살날이 2개월 남은 세연이 버킷리스트를 만드는데, 가장 하고 싶은 건 고교 시절 첫사랑 오빠를 만나는 것. 세연은 진봉에게 ‘첫사랑 찾기 여정’에 함께할 것을 요청하고, 진봉은 마지못해 따라나선다.

첫사랑 찾기 여정에 나선 세연(염정아)과 진봉(류승룡).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추억 속 ‘정우 오빠(옹성우)’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보여주며 세연의 고향 목포부터 부산, 청주, 완도군 보길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명소를 등장시킨다. 이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인생’ ‘솔로예찬’ ‘애수’ 등 이문세의 명곡을 비롯해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신중현의 ‘미인’,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등 추억의 노래들이 잊을 만하면 하나씩 흘러나오며 80, 90년대 풍경과 어우러진다.

40~60대는 세연과 진봉 등 배우들이 부르는 이들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추억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배우들은 6개월 넘게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한 곡당 5번 이상 반복해 녹음하며 노래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한다.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등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노래도 포함해 가족들이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말기 암 환자의 마지막 여정을 소재로 한만큼 관객의 눈물을 쏟을 만한 장면이 많다. 신파로 흐를 수밖에 없는 소재임에도 최루성 신파 범벅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가족 및 지인들과의 ‘이별식’ 격 행사 장면 등에서 슬픈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영화 전반부 및 중반부의 유쾌함을 끝까지 잃지 않으려 공들인 절제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다만 정극 연기에서 노래하는 연기로 넘어가는 장면들은 다소 갑작스럽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염정아와 류승룡 역시 뮤지컬 전문 배우나 가수가 아닌 만큼 노래자체도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염정아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평소 뮤지컬 영화가 꿈이었다"며 "무조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해보니까 아니더라. 노래도 춤도 너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빈틈이 곳곳에서 보이는 영화지만, 치명적인 장점도 있다. 가족과 인생에 대해 곱씹어볼 수 있는 지점이 많은데다, 추억의 노래들과 레트로 감성으로 중무장한 만큼 잠시나마 과거의 한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를 봐야 할 가장 큰 이유다. 음향에 특화된 상영관에서 본다면 영화가 빚어낸 추억의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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