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환, 징역9년 구형 원망..8월부터 범행 준비"

2022. 9. 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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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살인 혐의' 적용 檢 송치
내부망서 4차례 근무지 확인
5차례 피해자 주거지도 찾아
양면 점퍼·샤워캡 등 치밀 준비
檢, 전담팀 구성 보강수사 착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동료 역무원 살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경찰이 21일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31)을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전주환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전주환은 이달 14일 오후 9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3년간 스토킹하던 20대 여성 역무원 A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전주환은 A씨와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로, 2019년부터 만나달라며 스토킹을 지속해왔다.

전주환은 지난해 10월 불법촬영, 올해 1월 스토킹 혐의로 A씨에게 고소를 받고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전주환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징역 9년을 구형받았다.

이에 경찰은 이달 16일 전주환을 구속한 이후 혐의를 살인에서 보복살인으로 변경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고소를 통해 재판을 받게 됐고, 징역 9년을 (구형)받게 된 게 피해자 때문이라는 원망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며 “수사결과로도 그렇게 보여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주환이 지난달 18일부터 범행을 준비한 정황을 확인하고 ‘계획적 범죄’라는 판단을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전주환은 범행 결심을 세운 지난달 18일 자신의 아이디로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에 접속해 A씨의 주소지와 근무지 정보를 확인하고 지하철 6호선 증산역 역무실을 찾아가 A씨가 근무하는지 확인했다. 전주환이 내부망으로 A씨 근무정보를 찾아본 것만 이달 3일 1차례, 범행 당일(14일) 2차례 등 총 4차례다.

전주환은 이달 5·9·13일에 1차례, 범행 당일 2차례 등 총 5차례에 걸쳐 A씨의 과거 주거지를 찾아갔다. 범행 당일엔 오후 1시18분께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려다 실패하고 오후 2시10분께 자신의 집에 들렀다 20분 만에 다시 나와 오후 2시50분께 증산역을 찾아 내부망을 통해 A씨 근무정보를 확인했다.

이어 오후 3시15분께 A씨의 과거 주거지 근처를 배회하다, 오후 6시께 구산역에서 재차 내부망으로 A씨 근무지를 조회하고 다시 한 번 A씨의 옛 주거지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A씨와 닮은 여성을 미행하다 허탕을 친 전주환은 오후 7시께 구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신당역으로 이동해 범행을 저질렀다.

전주환은 경찰 추적에 혼선을 주기 위해 범행 당일 양면 점퍼를 입고, 머리카락, 지문 등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사전에 준비한 일회용 샤워 캡과 장갑을 착용하고 집에 있던 칼을 챙겼다. 휴대전화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 조작 애플리케이션까지 설치하고, 이달 5일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전에 피해자 근무지와 근무시간까지 조회해 근무하는 곳을 찾아와 범행한 점, 샤워 캡과 장갑을 미리 집에서 챙겨서 온 점, GPS 조작 앱까지 깔아두고 있었던 점 등 계획범죄로 볼 만한 정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갑은 8월 초 온라인으로 구입했고, 샤워 캡은 9월 5일께 집에 돌아가던 근처(구산역 근처)에서 구입했다”며 “샤워 캡은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주환이 범행 전 4차례나 A씨 주거지를 찾아간 데 대해서는 범행 의도가 확실하진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달 13일에는 칼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범행 당일 A씨와 비슷한 여성을 미행한 것도 일단 만나서 선고 전 합의를 보려는 생각과 여차하면 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모두 있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을 결심한 게 8월 18일 이후인데, 구체적인 결심이 선 것은 아니었다”며 “빌어야겠다, 합의를 봐야겠다, 여차하면 죽여야겠다, 이런 복합적인 심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환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즉각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보강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장은 김수민 형사3부장으로, 김 부장 외 형사3부 검사 3명이 수사팀에 참여한다. 검찰 관계자는 “철저한 보강수사를 통해 엄정 대응하고, 유족 지원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7시31분께 송치를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전주환은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에 따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포토라인에 섰다.

전주환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죄송하다”, “제가 진짜 미친 짓을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유족에게도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다만 범행 후 도주 계획에 대해서는 “그건 아니다”고 부인했고, 범행 직전 현금 인출 시도에 대해서는 “부모님에게 드리려고 했다”며 도주 자금 마련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강승연·김희량·박상현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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