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한다고? 돈 많아요?" 땡겨요·네이버가 배달에 뛰어드는 이유 [챌린저스]

배윤경 2022. 9. 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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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식당가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네이버가 올해 말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얘기가 뜬소문을 넘어 기정사실화 되고 있습니다. 음식점 예약과 메뉴 주문 서비스를 운영 중인 네이버가 소상공인(SME)의 배달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N배달(가칭)을 시작한다는 건데,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업체에 주문 정보를 넘기는 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배달은 네이버가 회사 지분의 약 10%를 보유한 '생각대로(로지올)'가 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이버가 구축한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에 올해 초 부릉(메쉬코리아)이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그림이 얼추 그려지는 상황이지만, 배달업계 의견은 나뉩니다. 기존 서비스와의 연결성을 생각할 때 진출하기만 하면 바로 순위권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있는 반면, 어느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배달을? 투입 비용이 상상초월일텐데"라고 의아해 했습니다.

◆ 배달시장 힘들다는데

배달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건 네이버만이 아닙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금융권 중 처음으로 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를 선보였습니다. 출시 8개월만에 회원 수 100만명을 돌파하고 월간 이용자 수(MAU)가 지난달 말 기준 59만명을 기록, 상반기 말과 비교하면 4배 증가하면서 단 기간 내 시장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배달 라이더들이 도로를 가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현재 배달시장이 성황은 아닙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야외활동이 늘어나고, 고물가 부담에 배달비 지출을 줄이면서 배달시장은 정체기에 들어섰습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기존 배달 앱 3사의 지난달 MAU는 약 3218만명으로, 지난해 동월과 비교하면 10%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특히 쿠팡이츠 MAU 감소율이 23.8%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에 쿠팡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법정 대응까지 시사했지만, 최근 매각설까지 나왔을 정도로 배달업계는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통계청 자료를 봐도 지난 1월 2조3886억원 수준이던 음식 서비스 매출이 7월엔 2조2642억원으로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쿠팡이츠는 물론 배달의민족, 요기요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호황에도 실익을 얻지 못했단 점이 시장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습니다.

◆ 배달업계 남는 게 없다고

급성장한 배달시장과 달리 배달 앱들은 실적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매출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2조88억원이지만, 영업손실은 757억원에 달합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매출은 2배 가까이 커졌어도 2019년부터 적자를 이어오다 결국 지난해 3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팔렸고, 요기요 역시 GS리테일 품으로 들어갔습니다. 쿠팡이츠는 흑자전환을 코앞에 둔 쿠팡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힙니다.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된 배민라이더스 센터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비용입니다. 지난 2019년 단건 배달을 내세워 쿠팡이츠가 배달시장에 진출한 이후 배달업계에서는 배달 라이더 수급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빠른 배달이 장점이지만, 주문 한 건당 한 명의 라이더가 필요하다 보니 배달 앱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비용을 써서라도 라이더 수급과 소비자 확대란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아야 했습니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의 영업비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외주용역비입니다. 지난해 외주용역비는 약 7864억원으로 전년(약 3294억원)에 비해 138.7% 급증했습니다. 광고대행비 등이 포함됐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자체 라이더 인력 비용으로 보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라이더 운영사인 우아한청년들의 매출은 같은 기간 약 2877억원에서 약 7211억원으로 150.6% 증가해 우아한형제들의 외주용역비 추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직원이 배달 음식을 다회용기에 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그래도 한다

업계 상황이 안 좋은데도 신규 사업자가 계속 뛰어드는 건 왜일까요.

네이버는 이미 전통시장 상품을 2시간 내로 배달하는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맛집 검색·예약·주문이 가능한 스마트 플레이스, 네이버지도와도 연계가 가능합니다.

유사 서비스가 있는 만큼 사실 네이버의 배달 서비스 진출은 어려운 일이 아녔는데요. 다만 대기업이 신사업 진출 시 여러 허들과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는데, 계속되는 배달료 인상 문제로 소비자가 배달시장에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반발보다는 '메기효과(정체된 생태계에 메기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 다른 개체들까지 잠재력을 끌어 올리는 현상)'에 대한 기대가 큰 겁니다.

업계 최저 수준인 2%대 중개 수수료율을 앞세운 땡겨요가 빠르게 배달시장 사업자 4위로 올라선 것 역시 유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배달업은 타 서비스와의 연계성이 뛰어납니다. 배달 앱 3사는 앞다퉈 생필품 및 편의점·마트 상품 배달, 포장 주문, 라이브 쇼핑, 구독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이 뛰어든 것 역시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배달 서비스와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접목하기 위해서입니다. 주력 수익사업으로 키울 목적은 아니라고 신한은행이 밝힐 정도였으니까요.

배달업계 그래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 전환, 높은 배달료 등으로 사용자 이탈 현상이 지적되고는 있지만, 팬데믹에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급성장해온 배달업계가 이제 안정권을 찾아가는 거라 시장성은 건재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네이버포인트 등 강력한 결제 서비스와 포인트제도를 갖고 있는 만큼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기대감도 높은 편입니다.

다만, 네이버가 편의점업계와 손잡고 시작한 편의점 주문 배달의 경우 배달비 무료 프로모션 종료 이후엔 이렇다 할 두각을 보이고 있지 못한 만큼 수수료 등 조건과 프로모션 여부에 따라 '힘빠진 메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주] 1위 상품은 늘 조명을 받습니다. 처음 가보는 식당에선 '히트 메뉴'를, 잘 모르는 분야에서 상품을 고를 땐 '판매 1위' 제품을 선택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 빛에서 살짝 벗어난 상품과 서비스, 기업, 인물. 빛에 도전하는 이들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자신만의 전략과 방식으로 맹렬히 1인자를 쫓는 이들, 챌린저스를 소개합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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