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estro] '빛의 예술가' 마르코 로돌라 인터뷰

오홍석 기자 2022. 9. 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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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신미래주의 작가 마르코 로돌라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10월 9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미래의 빛, 마르코 로돌라’展은 불빛으로 가득했다. 이탈리아에 있는 마르코 로돌라와의 서면 인터뷰.

선명한 원색 활용이 돋보이는 설치미술 작품 속 남녀가 '베스파’ 스쿠터를 타고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통조림’을 연상시키는 수프 캔, 영국 런던 애비 로드의 횡단보도가 아닌 벽을 따라 걷고 있는 비틀스의 멤버들. 모두 이탈리아의 현대미술 작가 마르코 로돌라 작품이다. 그의 전시 '미래의 빛, 마르코 로돌라’가 10월 9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과 미래로에서 열린다.

마르코 로돌라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로 '빛의 예술가’라고 불린다. 발광하는 네온과 반짝이는 LED 튜브를 플렉시글라스 안에 삽입해 작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스타일은 미래주의 전통과 팝아트가 혼합돼 독특함이 도드라진다. 작품들은 밝은 원색이 조화를 이루고, 주제로는 대다수의 사람이 알고 있는 대중적인 아이콘이 주로 쓰인다. 예를 들자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들을 팝아트로 재해석하고, 모나리자와 비틀스를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는 식이다. 로돌라가 이러한 주제를 작품으로 만드는 배경에는 볼수록 아리송한 대다수 현대미술 작품과 달리 '예술은 쉬워야 한다’는 로돌라의 신념이 있다.

1955년생인 그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태어났으며 피렌체와 밀라노 국립미술원에서 공부했다. 피렌체와 밀라노는 이탈리아 고유 미술 사조인 '미래주의’의 고향이기도한데, 이들의 영향을 받은 로돌라는 '신미래주의(Neo-futurism)’ 작가로 분류된다. 이탈리아에 있는 마르코 로돌라와 서면으로 그의 예술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밝은 원색·독특한 소재·대중적 주제

한국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한국에 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2021년 디올과의 이미지 캠페인에 이어 두 번째네요. 한국의 문화 관객들이 제 작품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와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현대미술을 어려워합니다. 작품 설명이 길지 않은, 대중적 예술을 추구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늘 암호 같은 텍스트로 덮여 있는 이해하기 힘든 예술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꺼운 설명 책자가 필요할 정도죠. 100년 뒤에 책자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그 작품을 알아보기나 할까요. 저는 항상 제 작품을 늘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공간에 배치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슈퍼마켓 앞이라든지 콘서트장 같은 공간에요. 그 이유는, 저는 예술계 내부 인사들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나는 팝 미래주의 아티스트"

마르코 로돌라가 표현한 다양한 이탈리안 라이프 스타일을 주제로 한 작품들.
로돌라가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공을 들인 부분은 '돌체 비타(dolce vita·달콤한 인생)’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 아이콘들이다. 이를 위해 오페라 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 베스파를 타고 있는 연인 등을 선보인다.

이 외에도 플레잉 카드 속 '핀업 걸’ 연작이 등장한다. 개회식 영상에서 로돌라는 "대중문화적인 요소를 선보이고 싶었다. 나는 이 시리즈를 카드 게임이 아닌 아트 게임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곧 예술 자체가 유희임을 나타내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쉽고 직관적인 그의 예술관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다만 궁금했다. 미래주의 작가들은 전통을 배척했는데 오래된 문화를 자주 차용하는 그를 사람들은 왜 새로운 미래주의 작가라고 부를까.

‘신미래주의’ 작가라고 불립니다. 전통을 거부하고 파괴하는 방식으로 혁신을 추구한 다른 미래주의 작가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요.

분류하고 정의하는 것은 평론가들의 일이죠. 평론가들이 전 세계의 수많은 예술가들을 분류하다 보니 그렇게 불리는 것 같습니다. 짐작건대 저를 신미래주의 작가 범주 안에 넣는 이유는, 제가 살아가는 시대의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기법을 만들어내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TV의 시대에 태어났고 컴퓨터와 투명한 플라스틱, 발광 네온, LED의 시대에 살았습니다. 이것들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죠. 신미래주의 작가라고 불리지만, 누군가 저의 예술관에 대해 묻는다면 자신을 '팝 미래주의(Pop Futurism)’ 작가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작품 속에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섞는 것을 즐기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최근에 든 생각은 더 이상 이런 문화의 상하 구분이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작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고대 문화와 현대에 인기 있는 문화를 섞게 되는 거죠. 두 시간대가 혼합될 때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작품이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통조림’을 연상케 하는 마르코 로돌라의 ‘로돌라의 파베제 수프’.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미라빌리’ 소속의 아비오 마티오치 큐레이터는 "로돌라의 핵심 메시지는 관람객이 작품으로부터 사랑, 긍정, 기쁨을 전달받는 것이다. 로돌라는 우리가 그의 메시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여 다시 그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되돌려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로돌라의 긍적적인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작품이 늘 긍정적이고 밝습니다. 작품의 주요 테마가 '돌체 비타’이기도 합니다. 긍정적 삶의 비결이 있을까요.

저는 제가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작품 세계가 밝고 컬러풀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대표되긴 하지요. 저도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저 자신도 긍정적인 것들을 원하기에, 이런 마음이 작품에 표현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두운 시대에는 부정적인 메시지보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로돌라는 인터뷰 말미, 빛의 예술가답게 인사말을 '굿바이(goodbye)’가 아닌 '굿 라이트(good light)’로 대신했다. DDP에서 진행 중인 마르코 로돌라의 전시회는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과 주한 이탈리아문화원,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하고, 이탈리아 예술과 디자인 진흥을 목표로 여러 아티스트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는 예술 단체 미라빌리가 후원했다.

#마르코로돌라 #DDP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여성동아

미래주의란?
자코모 발라 ‘줄에 매인 개의 움직임’(1912)
미래주의는 1909년 등장한 이탈리아 고유의 모더니즘 미술 사조다. 미래주의를 표방한 예술가들은 정적이고 느린 과거의 전통을 파괴하고 빠르고 역동적인 신세계로의 재탄생을 중심 사상으로 삼았다. 아이러니하게도 1914년 제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래주의자들은 자신의 사상을 현실로 이행하기 위해 대부분 솔선수범해 참전했고, 이들이 전쟁 중에 목숨을 잃으며 미래주의는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미래주의를 표방한 대표 예술가로는 화가 자코모 발라, 화가 겸 조각가 움베르토 보초니, 건축가 안토니오 산텔리아가 있다.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미라빌리 올브라이트-녹스 아트 갤러리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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