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문제, 정권 성향과 상관없는 이니셔티브 만들어야"

김유진 기자 2022. 9. 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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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외교부 청사 인근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 등 인권 증진을 위한 자신의 구상을 소개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현안인터뷰 - 이신화 北인권국제협력대사

지난 5년간 비어있었던 자리를

다시 채운 건 尹대통령의 의지

북한인권 원칙 분명하게 할 것

北 주민의 알권리 보강 측면서

대북전단·확성기 재조정 필요

美 등과 긴밀 소통 중요하지만

생각 다른 아세안·남미도 접촉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북한인권대사)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 인권 증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대사로 임명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 대사는 북한 주민에게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뿐 아니라 알 권리와 이주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을 보장하기 위한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그 정권을 상대로 한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책임 규명 필요성 또한 강하게 피력하면서 정치권을 향해서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정권의 입맛에 맞춰 재단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다음은 지난 15일 광화문에서 진행한 이 대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5년간 공석이었던 자리에 임명됐다. 활동 목표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궁금하다.

“정식 직함이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다. ‘북한 인권’은 이슈이고 ‘국제 협력’은 방법인데, 이 두 가지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주도권을 가지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것에 주목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지도자의 의지나 생각이 굉장히 중요하다. 5년이나 비어 있었던 자리를 다시 채운 것은 윤 대통령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이전 정권이 해 오던 일을 전부 뒤집으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본다.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도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이 담겨 있다. 현재 북한 인권 문제가 너무 정치화됐다. 한쪽에서는 북한 정권의 책임규명만을, 다른 한쪽에서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만을 강조한다. 평행선이 너무 짙게 그어져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접점을 찾아야 할 시기가 왔다.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한 주민을 살리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북한 정권을 상대로 국제사회가 촉구하고 설득하고 압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것을 환영한다. 우리는 정권의 성향과 상관없이 항상 결의안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북한인권결의안을 보류하는 일은 어불성설이다.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과 책임 규명의 동시적인 진행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임 규명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30년간 북한 인권을 위해서 일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 민간단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다. 1999년에서 000년까지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의 르완다 대량학살 독립조사위원회 특별자문관으로 일했는데 그 당시에도 책임 규명에 중점을 두고 일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후에라도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사실관계 확인하는 일 등을 했었다. 그때 경험이 대사로 활동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유엔 사무총장 평화구축기금(UN Peace Building Fund)의 자문위원을 했다. 평화유지군의 활동과 관련된 일이었는데 이것은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깨닫는 데 도움을 줬다. 내전은 굉장히 높은 비율로 재발한다. 전쟁이 새로 발발하기보다는 다시 발발하는 것이다. 전후의 평화 구축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인도적 지원은 평화를 구축하는 건설적인 관여라는 점에서 필요하다.”

―북한 인권 문제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임기 동안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이름을 걸고 하나의 이니셔티브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권의 성향과 상관없이 마지노선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원칙을 분명히 하는 일과 같다. 인도적 지원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다. 북한 주민의 알 권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도 중요하다. 그들은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권리가 있고 우리에게는 그것을 그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지 않았나. 한국에 있는 국민과 북한 주민이 만나도록 하는 것은 한국과 북한 정부의 의무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국제인권법 위반으로 이어진다. 유엔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 17조에 따르면, 어느 누구도 그의 사생활, 가정, 주거 또는 통신에 대하여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이번 77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 보고서를 보면 1980년 이후 강제실종과 관련해 유엔이 북한에 총 362건의 통보문을 보냈는데 단 한 건의 응답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북한의 응답을 촉구한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이나 책임 규명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 궁금하다.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끌어나가면 어떨까 한다. 특히 책임 규명과 관련해서는 독일 잘츠기터시의 중앙기록보관소와 같이 우리나라도 기록하고 보존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면 좋겠다고 본다. 기록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포함한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것은 예방 효과도 갖는다. 당초 우리나라도 법무부에 보관소를 만들었는데 지난 정부 때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방치됐었다. 이 보관소의 기능을 다시 살릴 수 있으면 한다.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보강하는 측면에서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나 확성기를 사용한 대북 방송 문제도 재조정이 필요하다. 모두 정상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문제들은 자칫하다가 여야 정쟁의 소재로만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을 해야 할 것 같다.”

―북한은 인권 이슈만 나오면 강하게 반발하고 국내 일각에서도 인권을 남북관계 진전의 장애물로 여기는 주장이 있다. 북한과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인데.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이번에 내가 대사직에 임명됐을 때 보도자료에 내 영문 이름의 철자를 직접 적을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오는 10월 6일 미국 워싱턴DC로 가서 국무부와 백악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을 들러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공화당 소속의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과도 만나 회의할 계획이다. 미국과 같이 우리와 생각이 같은 국가들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각이 다른 국가들도 포용해서 같이 끌고 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래서 아세안이나 남미 국가들과도 접촉해야 할 필요가 있다. 페루 출신인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의 협업이 더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도록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길 희망한다. 살몬 보고관과 이번에 한국에서도 만났지만 올겨울쯤 아르헨티나와 페루 등에서도 만나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유럽도 북한 관련 사안에 관심이 많은데 이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서 국제적으로 여론을 환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최근에 임명된 제임스 히넌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장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한다. 2년 동안 공석이었던 소장 자리가 채워진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북한 인권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내외의 노력·제도·메커니즘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길 바란다. 함께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먹고사는 것을 넘어 알 권리와 이주의 자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북한 주민에게 소개하고 싶다. 또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사는 모습을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비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에 미국에 가서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이야기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에 북한인권대사가 임명되긴 했어도 지난 5년간 공석이었고 미국도 현재 거의 5년째 북한인권특사가 임명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자국민의 납북자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상황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방문 계획도 있는데, EU 대표부의 인권 담당관과 면담한다. 오는 10월 말 살몬 보고관이 작성한 첫 북한인권보고서를 유엔에서 발표하게 된다. 그 전에 뉴욕으로 가서 상호 대화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신화 대사는

유엔 사무총장 특별자문관…‘르완다 대량학살 보고서’ 美 조야에 눈도장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시절부터 북한 인권 문제의 해결을 놓고 “한국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북한인권대사)는 이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임기 1년인 이 대사에게는 일정한 보수도, 고정된 사무실도 없다. 대사 직함을 얻은 뒤 정부 주관 회의에 참석하는 등 관련 업무를 개시했지만 본업인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서 강단에도 계속 서고 있다. 그러나 이 대사는 “지난 5년 동안 대사 자리가 비어 있었던 탓에 업데이트해야 할 현안이 끝이 없다”면서 “1년 임기 내에 모두 훑어볼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2016년 9월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 인권 증진에 관한 국제적 협력을 위해 외교부에 북한인권대사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였던 지난 2017년 9월 이정훈 전 대사가 임기 만료로 물러난 뒤 5년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7월 19일 국무회의를 거쳐 임명된 이 대사는 1965년생으로서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미국 메릴랜드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코피 아난 제7대 유엔 사무총장 직속 유엔 르완다 독립조사위원회 특별자문관, 유엔사무총장 평화구축기금 자문위원, 한국유엔체제학회장 등으로 활동했고 북한 및 국제협력에 관한 다수의 책과 연구논문도 썼다.

아난 전 총장의 특별자문관으로서 르완다의 대량학살 문제를 들여다본 뒤 작성했던 보고서는 미국 조야에서 상당히 주목받았다고 한다. 이 대사는 “몇 달 전 워싱턴DC를 방문해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부 장관과 대담할 기회가 있었는데 매티스 전 장관이 ‘당신이 쓴 보고서를 우리 국방부에서도 잘 봤다’며 추켜세우더라”면서 “나를 비롯해 5명의 자문관이 함께 작성한 보고서가 말해주듯 인권 문제의 책임 규명과 관련해 확실한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은 북한 인권 문제를 주제로 일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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