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중립국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전쟁 억제 효과 가져올 것"

노지원 2022. 9. 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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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EU) 있는 유럽]이유 있는 유럽 - 다니엘 볼벤 주한스웨덴대사 인터뷰
"탄소 중립, 환경 뿐 아니라 성장에도 큰 기회"
"전쟁 끝내려면, 우크라 지원하고 러 압박해야"
"북, 국제적 의무 다 해야..외교적 해결도 필요"
다니엘 볼벤 주한스웨덴 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스웨덴 대사관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스웨덴이 지난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기로 한 결정은 국내 여론과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폭넓은 지지가 뒷받침된 결과다. 당시 집권당이던 사회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좌파연합은 물론 지난 11일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연합도 적극 찬성했다. 무려 200여년간 유지해온 ‘중립국 지위’를 내려놓은 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유럽의 안보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14일 다니엘 볼벤 주한 스웨덴대사를 만나 견해를 들었다.

―러시아가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스웨덴과 핀란드는 나토 가입을 결정했다. 그 배경은?

“스웨덴은 오랜 중립국이었다가 1995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군사적 비동맹국이 됐다. 유럽연합 조약(42조 7항)에 명시된 ‘상호 방위’ 조항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다른 회원국이 무력 침공을 받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도울 의무가 있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라는 사건이 유럽 안보 전체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했다. 스웨덴 정부는 3월16일 ‘러시아의 침공이 우리 안보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논의하기 위해 워킹그룹을 만들었다. 그 결론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었다.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는 게 군사적 갈등의 문턱을 이전보다 크게 높이고, 북유럽 전역에 ‘전쟁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스웨덴 의회도 이러한 정부의 결정을 폭넓게 지지했다.”

―전쟁 발발 뒤 결정이 신속히 내려졌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를 두고 수년 동안 토론이 있었지만, 미리 준비했던 것은 아니다. (침공 뒤) 나토 가입이 우리의 안보 그리고 유럽의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느꼈다. (빠른 결정은) 러시아의 침공이 유럽의 안보 질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튀르키예를 설득하기 힘들지는 않았나?

“현재 30개 회원국 가운데 24개 나라(21일 기준 27개 나라)가 이미 비준을 마쳤다. 튀르키예와 외교적 협상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알다시피 스웨덴, 핀란드, 튀르키예는 6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고위급 회담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것이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할 수 있게 길을 연 것은 분명하다.”

다니엘 볼벤 주한스웨덴 대사. 신소영 기자

―전쟁이 여섯달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얼마나 지속할 것이라고 보나?

“러시아의 침공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아주 광범위한 군사적 도발이다. 전쟁의 부정적 효과는 유럽뿐 아니라 그 너머로까지 심각하게 영향을 미친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그리고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불법 합병부터 전면 침공까지, 러시아는 유럽 안보 질서에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지만 침략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러시아에 철수하라는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탈환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소식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꾸준히 이어진 재정적·군사적 지원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우크라이나는 자신의 자유와 안보를 위해 싸우고 있지만 넓게 보면 ‘유럽의 안보’를 위해 싸우고 있다. 유럽인들은 이러한 메시지에 공감하고 있다. 결속이 유지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여태까지 유럽연합이 통과시킨 제재 패키지는 그 범위나 방식이 역사적인 수준이다. 제재는 러시아 경제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법 합병 때부터 제재를 부과해왔고 매년 제재 연장 등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 ”

―이에 대해 러시아가 가스 공급 중단 등 방식으로 보복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공조를 유지할까.

“그게 바로 러시아가 노리는 것이다.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에너지 전쟁’ 앞에서 각 나라가 마주하는 어려움은 모두 다르겠지만 EU 내부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고 대러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길이 있다. 장기적으로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있겠지만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스웨덴은 물론 EU는 전례 없는 에너지 요금, 전기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다니엘 볼벤 주한스웨덴 대사. 신소영 기자

―스웨덴의 에너지 구성을 보면,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천연가스의 비중이 가장 낮고 러시아 에너지 수입 의존도 역시 낮다.

“스웨덴의 대러 에너지 의존도는 매우 낮다. 하지만 유럽의 에너지 시장은 통합돼 있다. 매일 에너지, 전기를 사고 판다. 시장에 충격이 가해지면 스웨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느 유럽연합 회원국도 이런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스웨덴 핵 발전소가 고장나 겨울철 전력 공급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안다.

“스웨덴에서도 치솟는 전기, 에너지 요금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2021년 기준 에너지 구성을 보면, 수력이 43%, 원자력이 31%, 태양열이 1%, 그리고 그 밖의 에너지로 구성돼 있다. 수력 발전 비중이 큰 것은 큰 축복이다. 하지만 여전히 원자력이 중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있을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만이 살길이라고 본다. 정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스웨덴 일반 기업들도 우리가 이러한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래야만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 같은 대외 의존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다시 핵 발전소 가동을 시작하고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등 녹색 전환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1990년대 에너지 구성에서 원자력이 50%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30여년 만에)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급격히 늘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은 정부 정책이었고 스웨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우리의 기후 정책에 중요한 부분이다. 원자력을 두고 스웨덴 안에서도 치열한 토론이 이뤄지고 특히 에너지 요금이 치솟는 최근에는 더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니엘 볼벤 주한스웨덴 대사. 신소영 기자

―전 세계가 기후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에 대한 스웨덴의 입장은 무엇인가.

“기후 변화가 정말 피부로 느껴진다. 스웨덴도 몇 년 전 전무후무한 대형 산불을 겪었다. 시민들의 삶 속에 15년, 10년, 5년 전에 없던 기후 변화가 실재하고 있다. 우리는 늦어도 2045년까지 ‘넷 제로’(탄소 중립)로의 전환을 하기로 했고, 이는 매우 필요하다. 우리는 이게 경제 성장을 위한 기회라고도 생각하고 실제로 성과를 경험했다. 스웨덴 탄소 배출량은 1990년 이래로 25% 줄었는데, 국내총생산(GDP)은 69% 늘었다. 배출량 감소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분명히 가능하다.”

―스웨덴 내에서 진행 중인 그린 에너지의 좋은 사례를 소개한다면.

“철강 분야 녹색 에너지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스웨덴은 유럽 최대 철강 및 철광석 생산 국가다. 이 분야는 원래 석탄 의존도가 매우 높다. 아주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철강업은 스웨덴에서든 한국에서든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스웨덴은 석탄을 수소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스웨덴 북부에서 화석연료 없이 철을 생산할 수 있다. 스웨덴 자동차 회사인 볼보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철강재로 만든 차량을 생산했다. 이 분야에서 한국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포스코와 스웨덴 철강기업 사브(SSAB)가 협력하고 있는데 올해 10월 ‘녹색 철강’ 관련 포럼을 연다.”

―2019년 10월 스웨덴이 촉진자로서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자리를 주선한 바 있다.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나?

“지난 여섯달 동안 북한이 전례 없이 많은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우려한다. 북한은 자신의 국제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과) 활발한 외교도 필요하다. 스웨덴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스웨덴 한반도특사(켄트 헤르스테트)가 모든 당사국과 여전히 연락하고 있다. 스웨덴은 기꺼이 역할을 할 의사가 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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