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이후 이란서 반정부 시위 확산

김혜리 기자 2022. 9. 2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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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해외 반정부단체인 ‘이란민족저항평의회(NWRI)’ 일원이 20일(현지시간) 주독일 이란대사관 앞에서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에 반발하며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 체포된 20대 여성이 갑자기 숨지면서 이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파르스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쿠르디스탄주 곳곳에서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분노한 시위대는 차량과 도시 기반 시설을 부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전날 수도 테헤란에서도 아미니의 죽음에 반발하며 엄격한 히잡 착용 규칙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학생은 ‘여성, 생명, 자유’‘나는 죽고 싶지 않다’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경찰은 산탄총과 최루탄 등을 사용해 시위를 진압했다.

이스마일 자레이 쿠샤 쿠르디스탄주 주지사는 이날 언론을 통해 “최근 벌어진 시위로 3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의 죽음은 모두 적들의 음모”라 밝혔다. 쿠샤 주지사는 “사망자 중 한 명은 이란 경찰이나 군대가 사용하지 않는 무기에 의해 살해됐고, 또 다른 한 명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말했다.

아미니는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안 썼다는 이유로 이란 경찰에 구금된 뒤 혼수상태에 빠져 16일 병원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고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으나,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란 지도부는 시위가 격화되자 이례적인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유족들에게 대표단을 보내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했다.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 순찰대’의 단속 및 조사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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