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이후 이란서 반정부 시위 확산
이란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 체포된 20대 여성이 갑자기 숨지면서 이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파르스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쿠르디스탄주 곳곳에서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분노한 시위대는 차량과 도시 기반 시설을 부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전날 수도 테헤란에서도 아미니의 죽음에 반발하며 엄격한 히잡 착용 규칙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학생은 ‘여성, 생명, 자유’‘나는 죽고 싶지 않다’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경찰은 산탄총과 최루탄 등을 사용해 시위를 진압했다.
이스마일 자레이 쿠샤 쿠르디스탄주 주지사는 이날 언론을 통해 “최근 벌어진 시위로 3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의 죽음은 모두 적들의 음모”라 밝혔다. 쿠샤 주지사는 “사망자 중 한 명은 이란 경찰이나 군대가 사용하지 않는 무기에 의해 살해됐고, 또 다른 한 명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말했다.
아미니는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안 썼다는 이유로 이란 경찰에 구금된 뒤 혼수상태에 빠져 16일 병원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고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으나,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란 지도부는 시위가 격화되자 이례적인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유족들에게 대표단을 보내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했다.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 순찰대’의 단속 및 조사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나는 성령의 종 다윗”···‘그루밍 성범죄’ 혐의 목사, 복종 교리 강요
- 이준석 “검찰 인사, 마지막 몸부림···T(탄핵) 익스프레스”
- [종합]“팬들에 돈달라 하겠냐” 길건·홍진경도 분노···끊이질 않는 사칭범죄
- 안철수 “‘채 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 않고 ‘그냥 받겠다’는 게 정정당당한 태도”
- ‘부처님 깜놀하겠네’···내일 천둥·번개·돌풍·싸락우박 온다
- 사측이 “조수빈 앉혀라”…제작진 거부하자 KBS ‘역사저널 그날’도 폐지 위기
- 이원석 검찰총장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사전 조율 여부엔 “말 않겠다”
-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②] 이남순 “여자로서 끝났다” 몸도 마음도 깊숙히 꿰뚫은 그날의 상처
- 늙으면 왜, 다들 손만 잡고 잔다고 생각할까
- “태국 파타야 한인 살인사건 용의자, 캄보디아 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