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규 법제처장 "'검수원복' 등 3개 시행령, 대법원 가도 전혀 문제없을 것" [세계초대석]
'시행령 통치' 비판 일지만 적법한 정책
검수원복은 모법 검찰청법 오류 때문
법령해석위원 9명 중 민간위원이 7명
법제처 독립성·중립성 충분히 보장돼
사법, 정치 개입 않는 '억제주의'가 소신
AI기술 도입 법령 오류 자동진단 전망
K법제 알려 기업 해외진출 도움 줄 것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 시행 방지 최선
“지금은 비판이 있을지 몰라도, 제가 처장을 그만둔 이후에 (봐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법률가로서 양심에 반하지 않는 판단을 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여야 간 입장 차가 가장 극명했던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으로 불리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대한 법제처 심사 결과에 대해서도 “이 세 가지 대통령령은 누가 쟁송을 해서 (위헌·위법 명령 심사권이 있는) 대법원에 가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인터뷰가 약 1시간30분간 진행되는 동안 이 처장의 답변엔 막힘이 없었다. 다음은 이 처장과의 일문일답.
―이전과 달리 법제처에 유난히 유권해석 요청이 많은 이유가 무엇이라 보는가.
“여야 간 정쟁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됐던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은 법률 자체에 문제가 있다. 전 정부가 2020년 검찰 개혁을 한다면서 형사소송법의 검사 수사권은 그대로 두고, 검찰청법에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줄였다.
“국어사전 의미가 아니라 법률을 봐야 한다. 법제처 해석례에서 ‘등’은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동일하게 규정하거나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게 있다. 또 규범적 가치가 동일하거나 그에 준하는 성질을 갖는 걸 추가해 규정할 수 있는데, 이게 일반적 해석이다. 정부가 시행령 입법 과정에서 어떤 유형을 선택할지는 정책적으로 판단할 문제라 생각한다.”
―정책적 판단이라고 하면 정권에 따라 법제처 해석도 달라지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는데.
“법령 해석은 내부 검토로 하는 게 아니다.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위원회마다 9명으로 구성되는데, 위원장인 법제처 차장과 당연직 위원인 법령해석국장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은 외부 민간 위원이다. 변호사·교수 등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150명이 민간 위원으로 위촉돼 있다. 독립성과 중립성은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05년 제도를 이같이 개편해 지금까지 약 7000여건의 법령 해석 결과를 회신했다. 결과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모두 공개한다.”
―최근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법조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다른 나라들에 법제 발전 경험을 전수하는 건 큰 의미가 있다. 법제가 비슷해지면 경제 교류가 굉장히 원만해진다. 법제처는 16개국과 양해각서(MOU) 약 30건을 체결하는 등 법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아시아 법제 전문가 회의는 아시아 각국의 법제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발전 방안을 논하는 장이다. 법제처는 앞으로도 K법제를 널리 알려 장기적으로 기업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내년 3월 시행되는 ‘행정기본법상 3대 국민 권리 구제 제도’는 무엇인가.
“행정기본법은 개별 법률상 행정법의 일반적인 원리를 법률로 만든 것으로, 지난해 3월 제정·시행됐다. 3대 국민 권리 구제 제도는 행정청 처분에 대한 구제 방법으로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제재 처분의 제척 기간, 처분의 재심사를 말한다. 내년 3월부터 일반행정심판 대상이 되는 모든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얼마 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15화에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처분은 행위 당시의 법에 따른다. 다만 신법을 적용하는 게 유리한 경우엔 신법을 따른다’는 행정기본법 제14조 3항이 나온다. 이런 게 행정기본법 위력이다.”
―인공지능(AI)과 관련해 법제 시스템의 변화,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빅데이터와 AI 기술이 결합된 지능 정보기술(IT)이 정부 입법 시스템에 도입되면 법령안 오류를 자동 진단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발굴하는 등 혁신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가 최신 이슈나 국민 개개인의 관심사를 분석해 맞춤형 입법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을 거다.”
―법제처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역점을 두고 싶은 것은. 어떤 법제처장으로 남길 원하나.
“우리나라 법제를 총괄하는 법제처장으로서,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이 시행되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법제처는 항상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방향인지를 고려해 ‘실질적 법치주의’를 확립해 나갈 책임이 있다. 통치가 법에 의하기만 하면 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는 경우에 따라 다수의 부당한 논리에 경도돼 민주적 정당성을 해할 수 있다.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와 기본권, 권력분립 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지가 중요하다. 법제처의 권위는 정부의 권위다. 법제처가 법령 해석을 했을 때 국민들이 ‘법제처가 말하면 맞는 거다’라고 인정해 주면 정부 권위가 선다. 헌법적 가치와 실질적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한 법제처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대담=김수미 사회부장, 정리=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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