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장관[편집실에서]

입력 2022. 9. 2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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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잘들 보내셨나요? 2주 만에 찾아뵙습니다. 추석합본호에서 ‘소멸해가는 고향’을 다뤘습니다. 다들 오랜만에 찾은 고향은 어땠나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연휴 직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단의 대책’을 밝혔습니다. “수도권 집중이 심각하다. 대기업과 명문대, 특목고 등을 세트로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 간 균형발전이 가능하다” 요약하면 이쯤 되겠습니다. 그러면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을 콕 집었습니다. 이들이 정말 내려갈까요, 이들을 내려보낼 수 있을까요? “이전 직전 단계까지만 가도 성공”이라는 식으로 빠져나갈 구멍은 다 마련해놓았지만, 거침없이 직진 중인 ‘실세 장관’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대충 흘려넘길 성질은 아닌 듯합니다. 이제 여론의 향배가 중요합니다. 어떤 정책도 지지를 얻지 못하면 밀어붙이기 어려우니까요. ‘만 5세 입학’을 둘러싼 논란 기억하시지요. 교육부가 섣불리 꺼내들었다 뭇매를 맞고선 결국 장관이 사퇴했습니다. 이번 정책은 어떨까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작성한 국정과제에 일언반구 언급도 없던 ‘돌발제안’이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이후 전개양상은 사뭇 다릅니다. 반응이 너무 조용합니다. 두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먼저, ‘5세 입학’안은 교육부 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등장하며 전국적인 의제로 부상했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매체가 관련 보도를 쏟아내니 반대 측에선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습니다. 이후 학부모, 교원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폭발적으로 들고일어났습니다. 반면 ‘명문대 지방 이전’안은 다분히 ‘여론 떠보기’ 형식을 취했습니다. 공식 기자회견 대신 특정 매체와의 단독인터뷰를 활용했고, 정권 차원의 논의를 거친 게 아니라 장관의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십분 강조했습니다. 마뜩잖더라도 정식으로 링에 올라오지도 않은 상대를 향해 펀치를 날리기는 뭔가 어색하지 않겠습니까. 

더 중요한 건 다음입니다. 실현 가능성이 낮고 번지수도 잘못 짚은 설익은 구상 같지만, 이 장관의 문제의식만큼은 다들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무려 전체 인구의 51%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이런 상황은 정말 아니지요. 환자들은 지역의 멀쩡한 동네병원 다 제쳐두고 ‘빅5’라는 서울 대형병원으로 몰려들고 수험생들은 SKY, 인(in)서울대에 진학하도록 내몰리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어 시류에 편승하지만, 누군가 이 물줄기를 돌려놓아준다면’ 하고 바랄 정도로 사실 모두가 힘듭니다. 문제는 이게 워낙 난마처럼 얽힌 사안이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는 점입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준다고 과연 유력 기업과 교육기관들이 서울을 버리고 지방으로 갈지부터 의문입니다. 지방행을 결단할 정도의 당근책을 특정 업체에 몰아준다고 칩시다. 그에 따른 특혜, 편중 시비는 또 어쩔 겁니까. 대한민국의 수많은 당면과제가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해소’라는 목표 하나만 제대로 이뤄내도 성공한 정부로 기억될 겁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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