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라이언이 있다" 신한·KB스타·NH올원 프렌즈 출격
[편집자주]금융권이 MZ(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고객을 잡기 위해 특별한 변신에 한창이다. 기존 보수적인 느낌에서 탈피하기 위해 젊은층에게 친근한 아이돌,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건 물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자체 캐릭터 제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끌기 위해 수억 원을 들여 지하철역에 이름을 거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치열한 '구애 작전'이 시작됐다.
①"에스파가 왜 거기서 나와" 국민·우리·농협·하나, 아이돌 대전
② "우리도 라이언이 있다" 신한·KB스타·NH올원 프렌즈 출격
③ "이번 역은 ○○역입니다" 지하철 역명도 쇼핑하는 금융권
"땡큐(고마워), 추카추카(축하축하), 수고했어."
올 7월 카카오톡의 한 단체 체팅방에선 이같은 문구가 담긴 이모티콘 메시지가 수차례 오고 갔다. 신한금융그룹이 창립 40주년을 맞아 카카오톡으로 무료 제공한 이모티콘이 '재밌고 귀엽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시중은행들은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체 캐릭터 키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급물살을 타면서 시중은행들이 자체 캐릭터를 내세워 친근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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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의 친구에는 몰리(두더지)·리노(아기공룡)·슈(여우)·도레미(펭귄 세쌍둥이)·루루라라(물개) 등이 있다. '신한프렌즈'로 불리는 이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장서 도전한다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올 8월 2종의 캐릭터를 추가했다. 새 캐릭터는 너구리 '플리'와 부엉이 '레이'로 신한프렌즈는 총 8개의 캐릭터로 구성됐다.
KB국민은행은 '스타프렌즈'라는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다. 스타프렌즈는 키키(토끼)·아거(오리)·비비(곰)·라무(라마)·콜리(브로콜리) 등 5가지 캐릭터로 구성됐다. 서로 다른 별에서 꿈을 찾으러 지구에 모인 친구들이라는 콘셉트다.
NH농협은행은 캐릭터에 비전을 담았다. NH농협은행은 2016년 8월 올원뱅크 출시와 함께 올리(아기공룡)와 원이(어미새)를 만든 뒤 2017년 5월 서브캐릭터 단지(돼지), 달리(강아지), 코리(코끼리) 등 3종을 추가했다. 각 캐릭터는 모바일뱅크의 효익과 간편함, 농협은행의 공익적 가치, 도전과 성장, 고객 신뢰를 각각 상징한다.
우리은행은 꿀벌처럼 빠르고 부지런한 은행이 되겠다는 의미로 꿀벌 캐릭터인 '위비'를 중심으로 위비프렌즈 5종을 내세워 마케팅 활동을 펼쳐왔지만 현재는 사용이 종료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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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는 2017년 출범 당시 캐릭터만으로 대중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 카카오프렌즈의 대표 캐릭터인 라이언과 어피치, 무지 등이 새겨진 체크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카카오뱅크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들이 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를 발급받은 사람들의 '인증샷'까지 속속 올라왔다.
각종 이벤트로 고객을 유치했던 전통 금융사와 달리 카카오뱅크는 캐릭터만으로 영향력을 키운 셈이다. 특히 캐릭터는 연예인 광고모델보다 활용성이 광범위할뿐만 아니라 '사생활 리스크'가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하지만 은행권 자체 캐릭터는 '제2의 라이언'이 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은행은 캐릭터 상업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법상 캐릭터 사업은 은행업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 부수업무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마저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은 자체 캐릭터로 이모티콘이나 상품을 제작해 판매할 수 없다.
DGB대구은행은 단디·똑디·우디 등 캐릭터를 개발하고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에 캐릭터 상업화를 허용해달라는 부수 업무 허가 신청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가 아닌 카카오가 라이언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통한 수익사업을 하는 것이어서 은행과 달리 캐릭터 상업화를 할 때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카카오뱅크도 계좌 개설, 카드 발급 등을 하면 라이언 이모티콘을 주는 등 카카오 자회사들은 카카오프렌즈 덕을 크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 금융사들이 빅테크에 종속될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들이 수익 때문만이 아닌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펴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실 실장은 "은행이 캐릭터를 상업화하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동시에 친숙함을 확보하는 차원"이라며 "은행의 건전성이나 효율성을 해칠만한 문제가 없는 만큼 캐릭터 상업화를 허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실장은 "은행이 전통 은행업에서만 갇혀 있어선 안되고 신한은행의 땡겨요처럼 업권 간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이고 발전적인 노력을 독려해야 하는 게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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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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