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한은, '샤워실의 바보'가 되지 말라
금융통화위원회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외국과 비교한 기준금리의 상대적 고저에 초미의 관심을 갖고 점도표 읽기에 주력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기준금리 변경에 따라 경제활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시장금리가 어떻게 변동될까 관심을 가지고 개선방향을 찾으려는 모습은 사실상 엿보이지 않는다. 외국과 정책금리 차이가 아니라 시장금리가 자국경제 상황을 충실히 반영할 때에 비로소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시장 혼란을 예방할 수 있다. 금융과 실물이 균형을 이뤄야 대내외 불확실성을 시장스스로 극복하고 경제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는 첩경이 되고 외환시장도 정상화될 수 있다. 환율을 방어하려 고금리 정책을 펼치다가는 국가경쟁력을 시나브로 잠식시키게 된다.
기준금리 변동은 금리경로를 거쳐 콜금리가 변동하고 장단기 시장금리, 예금 및 대출금리 를 변동시켜 금융부문, 실물부문 순환에 영향을 미친다. 시장금리 변동은 총수요, 총공급 양방향에 영향을 미쳐 물가와 경기를 변동시킨다. 비정상 금리상승은 채권자는 이자소득을 크게 얻지만 채무자는 더 큰 이자부담을 지게 하면서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킨다. 동시에 채권, 주식, 부동산 같은 자산 가치변동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발생시킨다. 내외금리 차가 벌어지면 대외경쟁력과 무관한 환율등락으로 수출입물가 변동, 외화 유출입을 유도하지만 그 효과는 단기에 그친다.
과거에는 동해안에서 잡힌 오징어가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며 소비자가격이 최초 경매가격의 몇 배에 달해 어민이나 소비자가 아닌 중간상들이 수지맞았다. 마찬가지로 금리경로가 후진적일수록 최종 금융소비자의 부담은 부풀려진다. 매점매석하는 중간상인이 폭리를 취하듯 금융회사 예대마진이 원가의 3~4배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는 사실은 금리경로가 매우 기형적이었음을 의미한다. 지난 7월말 예금은행의 잔액 기준 총평균 수신금리는 연 1.33%, 총대출금리는 연 3.71%로 대출금리가 예금금리의 2.79배에 미달한다. 제도개선이 아니라 금감원의 창구지도로 한시적으로 약간 개선된 수치다.
기준금리는 평상시에는 사실상 금융권의 대출원가 기능을 하므로 기준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커질수록 (중간)금융기관의 마진도 늘어난다.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기준금리를 조정하기 이전에 금리경로를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까닭이다. 금융소비자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시장금리가 한국경제 상황에 대응한 적정수준에서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장금리와 거시경제현상의 괴리가 커질 경우 대내외 위험과 불확실성을 시장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확대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과 실물부문의 괴리를 장기간 방치하다가는 금융불균형이 확대되어 정책실패 나아가 정부실패로 진행되다가 심하면 위기로 증폭될 가능성이 커진다.
예대금리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는 사실은 금융부문이 실물부문의 경쟁력을 그만큼 갉아먹고 있어 국가경쟁력이 마모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 상황에서 금리가 외국의 정책금리를 따라 올랐다 내렸다 하면 금융소비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경제구조가 단순할 할 때는 몰라도 복잡하게 발달할수록 외국의 정책금리 변동에 따라 기준금리를 임의로 조정하는 ‘샤워실의 바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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