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블] 인플레이션 시대, 음식료 산업 이해하기

방향 2022. 9.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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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로벌 자산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인플레이션’, 그것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일 겁니다. 며칠 전 미국의 8월 CPI(consumer price index: 소비자가격지수,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발표되자마자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쳤죠. 에너지 가격은 하락했는데도 CPI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은 데 따른 충격이었어요. 이때 주거비와 함께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힌 품목이 바로 음식료품이었습니다.

음식료품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외식이나 배달 음식 물가가 크게 올랐다는 건 다들 피부로 느끼실 테고, 마트 장바구니 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공식품은 또 어떤가요? 며칠 전 보도자료에 따르면 오리온이 9년 만에 초코파이 가격을 12% 올린다고 하고, 우유 소매가도 약 17% 정도 오를 거라고 합니다. 사실 올해 내내 이런 가공식품 판매가격이 오른다는 뉴스를 접하셨을 겁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국제 곡물 가격이 계속 오른 데다, 최근 원화 환율까지 폭등해서 수입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원가 압박이 가중됐다는 것이 식품 회사들의 공통된 설명이었죠.

출처 = 한국소비자원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뉴스를 투자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기업들의 하소연대로 원가 압력이 높아졌으니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겠다고 걱정해야 할까요, 아니면 제품 가격을 올리면 해당 기업 매출이 늘어나니까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고 보는 게 맞을까요? 오늘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최신 화두로 시작하면서,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앞으로 음식료 산업에 스마트하게 투자하기 위해 생각해 볼 것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음식료 산업은 양적 수요 측면에서는 비교적 일정하고 안정적입니다. 한 끼 먹던 사람들이 갑자기 두 끼 먹거나 안 먹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다른 면에서 보면 이 산업도 상당히 역동적입니다. 특히 음식료 산업을 볼 때 꼭 체크해야 하는, 특히 ‘안정적’이라고 믿고 투자했다가 당황하게 될 수도 있는 포인트가 바로 ‘인플레’입니다. 우리의 관심사인 식품 기업의 입장에서 한정해서 보면 인플레가 영향을 주는 지점은 크게 두 군데입니다. 제품 가격과 원가겠죠? 그런데 음식료업에서도 밸류 체인이라는 게 존재해서 어떤 기업의 완제품이 또 다른 기업의 원재료가 되기도 하니까 식품 인플레가 기업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한 방향으로 말하기는 힘듭니다.

그 방향성을 대략 파악하려면 일단 음식료는 크게 1차, 2차 가공산업으로 나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좋습니다. 1차 가공산업은 밀가루, 식용유, 설탕 같은 아주 기초적인 소재 식품 산업을 말합니다. 2차 가공산업은 1차의 소재 식품으로 만들어 내는 라면, 과자, 음료, 주류 등의 산업입니다. 1차는 주로 B2B 형식의 거래가 대부분이고, 따라서 브랜딩이 딱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2차 가공식품은 대부분 B2C(마트나 편의점 등에서)로 팔리고, 그렇기 때문에 브랜딩이 매우 중요하다는 건 쉽게 추론해 볼 수 있겠죠.

일단 이렇게 음식료 산업을 크게 두 덩어리로 나누고 나서, 어떤 변동성 요인을 체크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식품 수입국입니다. 원재료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죠. 밀이나 옥수수 같은 작물은 물론이고 커피, 초콜릿 같은 기호 식품의 원재료들, 또 술을 만드는 데 필요한 타피오카나 맥아 같은 것들 대부분을 수입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나라의 1차 가공식품 기업들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수입 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 변화에도 노출되어 있어요. 요즘같이 환율이 오르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때 기업들이 수익성을 지키기란 쉽지 않겠죠? 그래서 이들 기업은 일정량의 달러 부채를 보유하고, 원자재의 선물 거래를 통해 이런 위험을 헷지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로 이들 소재 식품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가격 결정력은 낮고 원가율이 높아 이익 변동성이 좀 큰 편입니다. 대신 소비자나 채널에 대한 마케팅 부담이 적어 판매관리비는 낮은 특성이 있습니다. 과점적 구조로 경쟁도 덜한 편이죠. 하지만 부가가치를 높이기는 쉽지 않은 품목이다 보니 평균적인 영업이익률은 2차 가공식품 산업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출처 = e-나라지표
출처 = 인베스팅닷컴

2차 산업의 경우 1차에 비해서는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같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도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소재 식품을 생산하는 1차 산업 참여자들의 수익이 악화하여 제품 가격을 올리게 되면, 이들 제품을 곧 원재료로 삼는 2차 산업 참여자에게는 원가 압박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를 보유했다면 비교적 자유롭게 제품 가격을 올려서 이런 원가 부담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또 2차 가공식품 산업 참여자들은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해서 시장점유율이 매우 중요해요. 점유율을 지키거나 늘리려면 신제품이나 브랜드가 있어야겠죠? 빠르게 바뀌는 채널 환경도 잘 따라가야 합니다. 요즘은 유통업체 자체가 2차 산업 참여자들의 직접 경쟁자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유통기업들의 자사상표제품(PB)이나 밀키트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죠. 그래서 2차 산업 참여자들에게는 마케팅 변수가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판매관리비가 1차 가공식품 산업보다는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대신 히트 상품도 만들어낼 수 있고 나름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여지가 크다 보니 1차 산업에 비해 대체로 영업이익률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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