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시절은 잊어줘' 감독 루니의 현명 대처.. 소속 선수 인종차별 논란에 '칼교체'

허행운 기자 2022. 9. 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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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현역 시절 빼어났던 실력 만큼이나 '악동' 이미지로도 화제를 모았던 DC 유나이티드(MLS)의 웨인 루니(37) 감독이 경기중 일어난 논란에 대해 현명한 대처를 보여주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DC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 감독. ⓒAFPBBNews = News1

루니 감독이 이끄는 DC 유나이티드는 지난 19일(현지시간) 2022 메이저리그 사커(MLS) 인터 마이애미CF와의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2-3으로 패했다. 1-0으로 앞서던 경기를 1-2로 끌려가다 다시 동점을 맞추는 등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지만 결국 역전골을 내주면서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하지만 이날은 MLS의 대표적인 라이벌 관계인 두 팀의 맞대결 결과보다도 더 많은 화제를 불러모은 장면이 있었다. 바로 이날 경기 도중에 나온 그리스 국적의 DC 유나이티드의 포워드 탁시아르키스 폰타스와 자메이카 국적의 마이애미 수비수 다미온 라우가 벌인 설전 및 충돌이었다.

1-2로 뒤지던 DC 유나이티드는 후반 12분, 폰타스가 프리킥 상황에서 맞이한 세컨 볼을 그대로 오른발로 강타해 상대 골문을 흔들어 2-2를 맞추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이후 변수가 등장했다. 동점골로부터 몇 분 지나지 않아 두 선수가 거친 몸싸움과 함께 언쟁을 벌인 것. 결국 미국 국적의 이스마일 엘파스 주심은 후반 17분 두 선수에게 각각 옐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언쟁을 벌이고 있는 인터 마이애미의 다미온 라우(왼쪽)와 DC 유나이티드의 탁시아르키스 폰타스(오른쪽). ⓒ자메이카 스포츠전문매체 스포츠맥스

라우와 마이애미의 주장은 폰타스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것이었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버튼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이름을 알린 필 네빌 마이애미 감독은 경기 후 "받아들일 수 없는 인종차별 발언이 있었다. 그가 사용한 단어는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고, 세상에서 가장 나쁜 단어라고 생각한다. 축구장은 물론 사회 전체에 인종 차별 행위가 설 수 있는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네빌 감독은 당시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완강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선수단 전체를 경기장에서 불러들일 고민까지 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그런 네빌 감독의 분노가 사그라든 이유가 따로 있었다. 바로 DC 유나이티드의 루니 감독이 보여준 대처 때문.

루니 감독은 심판의 경고 이후에도 몇분간 충돌이 이어지자 폰타스를 바로 경기에서 칼 같이 교체시켜버렸다. 앞서 매서운 발끝으로 동점골을 터뜨린 폰타스를 빼는 선택은 팽팽한 경기를 펼치는 사령탑이 쉽게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을 터. 하지만 감독 루니는 논란이 일어난 상황을 보고 경기의 결과보다 사회적인 규율을 우선시 하는 결단을 내렸다.

인터 마이애미 CF의 필 네빌 감독. ⓒAFPBBNews = News1

맨유 시절 루니와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네빌 감독은 "루니가 보여준 대처에 대해 무한한 존중을 표한다. 이미 그가 최고의 플레이어였음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 그가 보여준 모습은 그가 기록한 어떤 골보다도 멋졌다"라고 옛 동료이자 적장을 한없이 치켜세웠다.

한편 정말로 폰타스가 인종차별 발언을 했는지는 논란이 앞으로 더 있을 예정이다. 폰타스는 경기 후 개인 SNS를 통해 " 경기장에서 상대와 논쟁을 벌인 것은 맞지만, 그런 비열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지 않았다. 나는 어떤 형태의 인종차별도 부정한다"며 "나에게도 여러 문화의 친구들이 있다. 나는 언제나 어떤 형태의 문화나 피부색, 종교 등을 존중한다"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실제로 이 경기를 맡은 엘파스 주심은 물론 다른 심판들 또한 실제로 폰타스가 인종차별 발언을 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VAR로 상황을 다시 살폈지만 그 사실을 확인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DC 유나이티드 구단은 "마이애미와의 경기에서 소속 선수의 (인종차별) 혐의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MLS 및 마이애미와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 말했다.

자메이카 축구 연맹(JFF)은 "연맹은 라우에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MLS가 사건을 조사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연맹은 어떤 형태의 인종 차별을 규탄한다. 라우에게 필요한 지원이라면 어떤 것이든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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