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동자삼과 불씨 지킨 며느리

2022. 9. 21.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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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을 소재로 한 설화 가운데 '불씨 지킨 며느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인삼이기에 이같은 설화도 있는 것이다.

나날이 다양해지는 건강식품 등장, 주 소비층 고령화 등으로 인삼산업은 만성적 재고 누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며느리가 지켜낸 불씨처럼 고려인삼은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민족의 자존심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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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을 소재로 한 설화 가운데 ‘불씨 지킨 며느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내용은 이렇다. 갓 시집온 며느리가 자꾸 불씨를 꺼뜨렸다. 며느리는 누군가 일부러 불씨를 꺼뜨린다고 생각해 밤을 새워 지켜본 결과 낯선 어린아이가 놀면서 불씨를 끄는 것을 목격한다. 실을 꿴 바늘을 몰래 아이 옷에 꽂아놓고 다음날 실을 따라간 며느리는 실 끝이 묻힌 땅속에서 동자삼을 발견한다. 불씨 때문에 애를 먹던 며느리는 동자삼을 팔아 시댁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인삼이기에 이같은 설화도 있는 것이다. 인삼은 굳이 ‘케이(K)―진생’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더라도 ‘고려인삼(Korea Ginseng)’ 자체가 이미 원조 한류 브랜드다.

나날이 다양해지는 건강식품 등장, 주 소비층 고령화 등으로 인삼산업은 만성적 재고 누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인삼산업종합계획(2022∼2026년)을 수립했다. 경작신고를 의무화하고 2026년까지 계약재배 비율을 50%로 높이는 한편 도매 기능을 강화해 유통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같은 인삼산업종합계획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구태를 벗고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생산자는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 무농약 재배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인삼 생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수삼의 민간유통분야에서 폐쇄적인 전근대적 유통구조를 탈피하고, 선별사의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품질 규격과 등급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내 기능성 인증 성적의 상호 인증, 검역 완화와 같은 수삼 수출 확대를 위한 외교통상분야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집중해야 할 분야는 인삼의 효능 연구다. 이에 관련 학회와 대학·농촌진흥청·민관연구소에서 이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218억달러 규모의 세계 인삼 추출물 시장에서 인삼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경북도농업기술원에서도 농진청의 지원을 받아 기상재해에 안전하며 무농약 재배가 가능한 인삼 시설재배기술과 친환경인삼을 활용한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1팀 1교수 책임제’를 통해 약용작물의 효능과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공동연구도 시작했다.

며느리가 지켜낸 불씨처럼 고려인삼은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민족의 자존심이라 생각한다. 인삼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근육을 키워서 세계 기능성식품 시장 속에 확고히 자리매김한 ‘Korea Ginseng’이 될 수 있도록 불길을 당겨야 한다.

허민순 (허민순 경북도농업기술원 풍기인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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