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페루산 녹두, FTA 원산지 위반 '의혹'..수입량, 현지 1년치 생산량 웃돌아

이민우 2022. 9. 21.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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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산 녹두 수입량이 무관세로 전환된 지 1년 만에 수십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8000t 이상 수입된 페루산 녹두는 현지에서 원산지 둔갑이 아니고는 물량 조달이 불가능해 자유무역협정(FTA) 원산지 기준 위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페루산 녹두의 원산지 위반 의혹이 제기되자 농업계에선 한·페루 FTA 체결 당시 사전영향평가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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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세 전환 후 수입량 급증
페루 1년치 생산량보다 많아
현지 한인·수입업체관계자들
“상당수 밀수 농산물 가능성”


페루산 녹두 수입량이 무관세로 전환된 지 1년 만에 수십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8000t 이상 수입된 페루산 녹두는 현지에서 원산지 둔갑이 아니고는 물량 조달이 불가능해 자유무역협정(FTA) 원산지 기준 위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녹두는 607.5%의 고관세로 보호되는 대표적인 민감품목이지만 한·페루 FTA에선 1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는 품목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협정이 발효된 2011년부터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됐고, 2020년 무관세로 전환됐다. 다만 이 기간 녹두는 농산물 세이프가드(ASG)로 보호됐다.

하지만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고 세이프가드 적용도 끝난 2021년 8561.2t이 수입돼 수입량이 2020년(133.7t)보다 60배 이상 폭증했다.

페루산 녹두 수입이 급증한 데는 관세가 철폐되면서 페루산 가격이 중국산과 미얀마산보다 낮아진 것이 주요인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수입된 중국산·미얀마산 녹두는 국내에서 도매가로 평균 1㎏당 6000원대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페루산 녹두가격은 현지에서 1㎏당 2∼3달러에 형성돼 있어, 국내에 무관세로 들여온 뒤 1㎏당 4000∼5000원대로 시장에 풀린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렇게 무관세로 들인 페루산 녹두에 대해 원산지 위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페루에 거주하는 한인들과 현지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 관계자들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으로 수출된 페루산 녹두물량은 페루의 1년 생산량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페루 농업관개부(MIDAGRI) 자료를 확인한 결과 관세가 철폐되기 직전인 2019년 페루의 녹두 생산량은 약 200t 규모에 불과했다.

김기명 전 페루한인회장은 “페루는 전통적으로 녹두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가 아니라 생산량이 많지 않다”며 “페루 한인사회에선 지난해에 한국으로 수출된 녹두 상당수가 인근 국가에서 밀수된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페루 FTA 협정문에 따르면 페루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농산물 원산지 기준은 완전생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페루산으로 속여 한국으로 수출하면 이는 FTA 원산지 기준 위반이다.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 변호사는 “원산지 위반이 확인되고 고의성까지 입증되면 관세법 위반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페루산 녹두의 원산지 위반 의혹이 제기되자 농업계에선 한·페루 FTA 체결 당시 사전영향평가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한·페루 FTA 협상 당시 한국의 녹두 생산량이 많지 않고, 중국산에 의존하는 데다 페루 생산량이 없다보니 비민감품목으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산지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 등 사후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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