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아시나요

2022. 9. 2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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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는 640명, 독일에서는 231명, 프랑스에서는 100명, 터키에서는 91명이네요.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자그마치 1003명입니다. 시골 처녀들과 하녀, 백작·남작·후작 부인에 공주님까지. 지위·외모·나이와 전혀 상관없어요. 치마만 두르면 상관이 없다고요."

이것은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don giovanni)> 에 나오는 바람둥이 돈 조반니가 만난 여자의 숫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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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무엇을 나타내는 숫자일까요?

“이탈리아에서는 640명, 독일에서는 231명, 프랑스에서는 100명, 터키에서는 91명이네요.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자그마치 1003명입니다. 시골 처녀들과 하녀, 백작·남작·후작 부인에 공주님까지…. 지위·외모·나이와 전혀 상관없어요. 치마만 두르면 상관이 없다고요.”

이것은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Don Giovanni)>에 나오는 바람둥이 돈 조반니가 만난 여자의 숫자랍니다. 스페인에 돈 후안, 베네치아에 카사노바가 있다면 오페라에서는 돈 조반니가 있지요. 처음 접하시는 분은 “돈 좀 줘봤니?”라고 들으실 수 있겠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귀족은 이름 앞에 남자는 돈(Don), 여자는 돈나(Donna)를 붙입니다.

돈 조반니와 사랑에 빠졌지만 버림받아 괴로워하는 여인은 돈나 엘비라지요. 돈 조반니의 하인 레포렐로는 돈나 엘비라의 마음을 단념시키려 자신이 만든 ‘주인님이 사랑에 빠진 미녀들 명단’을 보여주며 일명 ‘카탈로그의 노래’를 부릅니다.

위에 나온 내용처럼 돈 조반니의 못된 행실이 낱낱이 드러나 있지만, 가사 내용과 익살맞은 모차르트 음악이 찰떡같이 어울리는 흥겨운 곡으로 제목은 ‘마님, 이것이 그 목록입니다(Madamina, il catalogo e questo)’입니다. 이 노래를 부르는 레포렐로는 늘 돈 조반니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그를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인물로 오페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돈 조반니의 아리아보다 레포렐로가 부르는 이 ‘카탈로그의 노래’가 더 유명하답니다.

돈 조반니는 겨울엔 뚱뚱한 여자를, 여름에는 마른 여자를 좋아합니다. 나이 많은 여자는 순전히 명단에 올리려고 재미로 만난다는데 그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특히 이 장면에서만큼은 돈 조반니의 기이한 행각에 관객들은 실소를 금치 못하지요. 아니 어떻게 방금 결혼식을 마친 순진한 새 신부 체를리나까지 유혹할 수 있을까요? 보는 사람은 화가 치밀어 오를 수 있는 장면임에도 체를리나와 돈 조반니가 부르는 이중창 ‘저기서 우리의 손을 잡아요(La ci darem la Mano)’가 너무나 달콤하게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이 음악은 베토벤·쇼팽·리스트와 같은 후배 작곡가가 편곡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쇼팽의 변주곡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세계적인 피아노 대회인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자랑스러운 한국의 피아니스트 임윤찬군이 얼마 전 단독공연에서 연주하기도 했는데요. 돈 조반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 애쓰는 체를리나가 운명을 바꿔주겠다는 돈 조반니의 기술(?)에 서서히 넘어가는 심리적 변화를 음악으로 잘 표현한 매력적인 곡입니다.

돈 조반니가 사랑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여인들만큼이나 모차르트 음악은 변화무쌍합니다. 오페라 <돈 조반니>를 들으며 아침저녁 새로운 가을 정취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바람둥이 돈 조반니보다 강력한 모차르트의 유혹에 빠질 수 있으니 조심하시고요.

이기연 (이기연 오페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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