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붉은 꽃무릇 파도, 스님도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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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3년 만에 열리는 꽃무릇 축제를 보기 위해 전남 영광군 불갑사를 찾았다.
과연 듣던 대로 사찰 경내는 꽃무릇 군락이 가을바람에 일렁이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우거진 숲속은 아직 햇볕조차 들지 않았지만 붉디붉은 꽃무릇 군락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사실 상사화(相思花)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이 절 근처에 많은 것은 전설로 내려오는 '절을 찾은 한 처녀와 스님의 애달픈 사랑이야기' 때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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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3년 만에 열리는 꽃무릇 축제를 보기 위해 전남 영광군 불갑사를 찾았다. 과연 듣던 대로 사찰 경내는 꽃무릇 군락이 가을바람에 일렁이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를 놓칠세라, 이른 새벽부터 관광객들이 몰려와 적막한 사찰의 아침을 깨웠다.

우거진 숲속은 아직 햇볕조차 들지 않았지만 붉디붉은 꽃무릇 군락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그 붉음에 취하니 불화 속에 갇힌 듯 정신이 몽롱하다. 불현듯 눈앞에 도반(함께 수행하는 스님)들과 꽃구경을 나선 비구니들이 보였다. 스님들도 여느 관광객들처럼 아름다운 꽃을 보며 들떠 있다. 자연스레 휴대폰을 꺼내 사진도 찍고 웃음꽃을 피운다.

사실 상사화(相思花)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이 절 근처에 많은 것은 전설로 내려오는 ‘절을 찾은 한 처녀와 스님의 애달픈 사랑이야기’ 때문이 아니다. 꽃무릇의 알뿌리에 있는 방부제 성분이 절에서 필요했기 때문인데, 이는 탱화나 불경을 칠하거나 접착할 때 쓰면 쉽게 좀이 생기지 않는다. 즉 그림이나 책을 오래 보존하기 위함이다.

또한 꽃무릇은 일본이 원산지로 우리 고유의 상사화와는 차이가 있다. 꽃무릇은 꽃이 먼저 피고, 상사화는 잎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두 꽃 모두 ‘잎과 꽃’이 나오는 시기가 달라 서로 만나지 못해 그리워한다. 붉은 가시왕관을 자랑하며 불꽃처럼 매혹적인 꽃무릇. 그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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