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일 내분 여당' 對 '김건희 스토킹 야당', 지금 한국 정치

조선일보 2022. 9. 2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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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허위경력, 뇌물성 후원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골자로한 '김건희 특검법' 발의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9.7/국회사진기자단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 20일이 지났지만 여야는 볼썽사나운 정치 싸움만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몇 달째 이준석 대표 징계와 비상대책위 구성을 둘러싼 분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용 정치 공세에만 빠져 있다. 입만 열면 ‘김건희 특검’ 타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제 안보 위기 속 중대한 국정 현안엔 관심도 보이지 않고 저질 정치 싸움만 판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윤리위원인 유상범 의원이 과거 주고받은 문자가 노출됐다. 이준석 대표를 제명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문자가 노출돼 큰 문제가 된 지 두 달도 되지 않았다. 대선 이후 국민의힘에서 나온 것은 국정 정상화와 개혁이 아니라 ‘가처분’ ‘제명’ ‘체리따봉’ ‘양두구육’ ‘신군부’ ‘유엔 제소’ 등 치졸한 분란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은 ‘김건희 스토킹 당’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모든 일을 김 여사에 걸어 비난한다. 김 여사에 대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인 것을 이용해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물타기 용도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제는 김 여사 특검까지 한다고 한다. 특검 대상 의혹은 문재인 정권 검찰이 1년 반 넘게 수사하고도 혐의를 찾지 못한 내용이다. 일반인이었던 김 여사의 허위 경력이 특검까지 할 일인가.

국회는 열리기만 하면 이재명 대표 방탄 논란과 한동훈 법무장관을 둘러싼 말장난들뿐이다. 국회의원들이 상대방의 사소한 일들을 과대 포장해 서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중고생들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경제 안보 위기는 가상이 아닌 눈앞의 현실 문제다. 미국이 이런 속도로 금리를 올리면 환율 불안을 막기 힘들다.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한꺼번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한 논의를 국회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반도체가 생명선과 같은 나라에서 반도체특별법은 왜 처리가 안 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민주당은 찬성인지 반대인지 입장도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 북한이 우리를 핵으로 선제타격한다는데 여야 정치권은 치졸한 ‘꺼리’를 찾아 우리끼리 서로 선제타격하는 데 골몰해 있다.

심각한 것은 이런 상태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 징계 후유증이 이어지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에 모든 것을 걸고 나설 태세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2024년 국회의원 총선까지 가게 된다면 경제 안보 위기 대처와 연금, 노동, 교육, 공공 등 국정 개혁은 모두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답이 보이지 않는 한국 정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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