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권 땐 '못한다'던 法 야당 되니 밀어붙인다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공 의대 설립법을 쌀값 처리와 마찬가지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 소위에서 수요보다 많이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년 의무적으로 사주는 ‘쌀 시장 격리법’을 단독 처리했는데, 지방 공공 의대 설립법도 단독 통과시킬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두 법안 모두 문재인 정부 때부터 농민 단체나 지자체가 요구해온 것들이다. 그러나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첨예하거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민주당도 섣불리 처리하지 못했다. 그런데 정권이 교체되고 정책 시행에 대한 부담이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자 이를 통과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무책임하다.
민주당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공공 의대 설립을 추진했다. 시민 단체에 의대 신입생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를 시험 대신 집권당과 가까운 이들의 추천과 면접으로 선발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코로나 현장을 지키던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서자 문 정부는 논의 중단 및 원점 재검토를 선언했다.
쌀 시장 격리 의무화도 농민 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169석의 민주당은 들어줄 수 없었다. 가뜩이나 공급 초과 상태인 쌀의 과잉 생산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도 문제다. 지난해 쌀 초과 생산분 37만t을 사들이는 데만 7900억원이 들어갔다. 이걸 2년간 보관하는 데에 또 8400억원이 든다. 매년 쌀 매입과 보관에 조 단위 세금이 들어갈 수 있다.
민주당은 불법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에 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도 집권 땐 손대지 않았다. 선거법, 공수처법, 검수완박법은 입법 독주를 하면서도 이 법은 건드리지 못했다. 기업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야당이 되더니 무엇보다 먼저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무책임에도 정도가 있다. 자신들 편과 농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그로 인한 문제와 부담은 새 정부에 지우겠다는 계산이다. 내로남불과 정도를 벗어난 국정 운영으로 정권을 잃고도 변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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