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내각, 3대 악재로 지지율 추락.. 출범후 최대 위기
일본 주요 신문과 통신의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 지지율이 급락,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모두 높게 나오는 현상이 나타났다. 기시다 정권은 두 달 전인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는데,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망 이후 자민당과 옛 통일교 간 유착 논란이 확산하면서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전 총리는 통일교 신자를 어머니로 둔 테러범의 총격에 의해 살해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지난 16~18일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43%로, 지난달보다 14%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4%포인트 증가한 49%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역전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은 지난달까지 지지율 55% 이상을 유지해 왔다.
다른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일본 교도통신이 17~18일 실시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에선 기시다 ‘내각 지지’가 40.2%, ‘지지하지 않는다’가 46.5%였다. 마이니치신문(각각 29%·64%)과 산케이신문(42.3%·50%), 아사히신문(41%·47%), 지지통신(32.3%·40%) 등 비슷한 시기에 여론조사를 한 7개 매체에서도 지지율 역전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다만, 지난 9~11일 NHK 조사에서는 응답이 각각 40%로 같았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 급락은 집권 자민당 정치인들이 통일교와 직간접적 관계를 맺어 왔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아베 전 총리 피살 사건 이후로 이 같은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내각 대신 19명 중 통일교 연루 각료 7명을 경질했다. 자민당은 자체 조사를 통해 전체 소속 의원(381명) 중 절반에 달하는 179명이 통일교와 ‘접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통일교 관련 매체에도 등장했던 의원들이 의혹을 부인하고, 자민당은 “통일교와 관계성이 약한 의원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국민 불만이 커져갔다. 교도통신 조사에서 통일교 문제에 대한 자민당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80.1%였다.
아베 전 총리 국장(國葬)이 국민 여론과는 무관하게 결정된 것도 지지율 하락의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장을 ‘반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최근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62%, 교도통신 60.8% 등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국장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폭력에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직접 설명했는데, 국민 과반이 이에 납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책정한 국장 진행 비용 16억6000만엔(약 161억원)에 대해서도 “과도하다” “세부 내역 설명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나왔다. 27일 도쿄 부도칸에서 국장이 진행되는데, 19일 도쿄 요요기 공원에선 시민 1만3000명이 모여 ‘국장 반대’ 시위를 열기도 했다.
고환율, 고물가에 불경기 우려까지 겹치면서 기시다 정권이 회생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계에서는 정권 교체 조건으로 아오키 법칙이 거론되는데 여기에 해당한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 법칙은 관방장관,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을 역임한 아오키 미키오 전 의원이 주장한 것으로 ‘내각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의 합계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총리가 퇴진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기시다 내각과 자민당 지지율의 합은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52%로 나타났다. 아베 전 총리는 2020년 6월 아오키의 법칙에 근접한 후, 두 달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산케이신문은 20일 “자민당 내에서 총리의 대응 능력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자민당은 다음 선거인 2025년까지 양원 모두 안정적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 야당에 의해 내각 불신임안 통과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자민당 내 기시다 총리에 대한 불만이 심화하면 기시다 총리가 사퇴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기시다파’는 자민당 내 파벌 4위로 소속 의원은 46명이다. 1위 ‘아베파’(99명)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당내 세력 2위 ‘모테기파’를 이끄는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20일 “여론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국민 기대에 부응해 신뢰를 회복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할 경우, 자민당 지지 기반인 보수층을 의식, 한일 관계 개선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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