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용]'아파트 주차장 비극' 수십 년 반복하는 나라
박용 부국장 2022. 9. 2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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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가 덮친 경북 포항시 인덕동 아파트의 침수된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러 들어간 주민 7명이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21년 전 안양 사고 이후 침수 위험이 큰 하천변 아파트만이라도 지하 주차장에 차수벽 등을 설치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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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 전조 무시해 국민 못 지켜
민생 외치려면 국민안전 최우선시해야
민생 외치려면 국민안전 최우선시해야
태풍 힌남노가 덮친 경북 포항시 인덕동 아파트의 침수된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러 들어간 주민 7명이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사고 소식을 듣고 21년 전 안양 수해 취재 현장이 떠올랐다. 2001년 7월 집중호우로 삼성천이 범람해 경기 안양시 일부 지역이 물에 잠겼다. 둑을 넘은 물살은 닥치는 대로 쓸어갔다. 이리저리 떠내려가던 차들은 골목 끝에 차곡차곡 쌓여 탑이 됐다. 이날 안양시 안양2동 삼성아파트 주민 김모 씨(50)는 침수된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들어갔다가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겪었다.
김 씨는 오전 3시경 “삼성천이 범람했으니 지하 주차장의 차를 빼라”는 관리실 방송을 듣고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물에 잠긴 뉴프린스 승용차 시동은 1분도 안 돼 꺼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차오르는 물을 피해 차 위로 올라갔다. 그는 주차장 천장 파이프를 붙들고 천장과 물 사이의 틈새에 얼굴만 내놓고 숨을 쉬며 5시간 동안 물과 사투를 벌인 끝에 구조됐다. 김 씨의 사연은 본보 2001년 7월 16일자 ‘지하 주차장서 5시간 사투’라는 기사로 소개됐다.
21년 시차가 있지만 안양과 포항 아파트 사고는 판박이처럼 닮았다. 사고 장소는 삼성천과 냉천을 낀 천변 아파트다. 하천이 범람하자 지하 주차장은 물바다가 됐다. 주민들이 관리실의 급한 안내방송을 듣고 주차장에 내려갔다가 변을 당한 것도 같다. 생존자들은 주차장 천장에 물이 차지 않은 ‘에어포켓’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대형 사고는 갑자기 터지지 않는다. 1931년 미국 보험사에서 근무하던 허버트 하인리히는 산업 재해 사례들을 분석하다가 대형 재해로 1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 이전에 같은 문제로 29명이 다치고, 300명이 다칠 뻔한 적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대형 사고의 사소한 징후들을 무시하면 큰 비용을 치른다는 게 널리 알려진 ‘하인리히 법칙’의 교훈이다. 안양 아파트에서 구조된 김 씨의 사례는 포항 아파트 참변을 경고하는 전조였던 셈이다.
21년 전 안양 사고 이후 침수 위험이 큰 하천변 아파트만이라도 지하 주차장에 차수벽 등을 설치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물이 차오르는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내려가선 안 된다거나 물이 무릎 위로 차면 서둘러 대피해야 한다는 내용의 아파트 안전관리 지침, 주민 행동 요령을 널리 알렸다면 가장 평온해야 할 자신의 집 주차장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웃의 안전보다 집값, 돈벌이와 같은 자신의 이익이 더 먼저 보이면 대형 사고의 전조를 알아채기 어렵다. 평당 억 소리가 난다는 고급 주택지인 서울 강남이 폭우가 오면 물에 잠기는 상습 침수구역으로 전락했지만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수재 위험에 입을 다문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주민은 “아파트가 침수 피해를 입었는데도 주민들이 집값 떨어진다고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국민 안전은 공짜가 아니다. 구성원들이 이웃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소한 사건사고를 허투루 넘기지 않는 안전 의식으로 무장하고, 정치와 행정이 목소리 큰 소수의 이익보다 침묵하는 다수의 안전부터 살필 때 가능한 일이다. 서울 중심가에선 일방적인 요구와 주장을 반복하는 이익집단의 확성기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지만 미국 뉴욕 시내에선 범인을 쫓는 경찰차, 불을 끄러 출동하는 소방차, 환자를 실어 나르는 구급차의 사이렌이 가장 요란하다. 포항 아파트 비극은 우리가 수십 년간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한다.
김 씨는 오전 3시경 “삼성천이 범람했으니 지하 주차장의 차를 빼라”는 관리실 방송을 듣고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물에 잠긴 뉴프린스 승용차 시동은 1분도 안 돼 꺼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차오르는 물을 피해 차 위로 올라갔다. 그는 주차장 천장 파이프를 붙들고 천장과 물 사이의 틈새에 얼굴만 내놓고 숨을 쉬며 5시간 동안 물과 사투를 벌인 끝에 구조됐다. 김 씨의 사연은 본보 2001년 7월 16일자 ‘지하 주차장서 5시간 사투’라는 기사로 소개됐다.
21년 시차가 있지만 안양과 포항 아파트 사고는 판박이처럼 닮았다. 사고 장소는 삼성천과 냉천을 낀 천변 아파트다. 하천이 범람하자 지하 주차장은 물바다가 됐다. 주민들이 관리실의 급한 안내방송을 듣고 주차장에 내려갔다가 변을 당한 것도 같다. 생존자들은 주차장 천장에 물이 차지 않은 ‘에어포켓’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대형 사고는 갑자기 터지지 않는다. 1931년 미국 보험사에서 근무하던 허버트 하인리히는 산업 재해 사례들을 분석하다가 대형 재해로 1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 이전에 같은 문제로 29명이 다치고, 300명이 다칠 뻔한 적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대형 사고의 사소한 징후들을 무시하면 큰 비용을 치른다는 게 널리 알려진 ‘하인리히 법칙’의 교훈이다. 안양 아파트에서 구조된 김 씨의 사례는 포항 아파트 참변을 경고하는 전조였던 셈이다.
21년 전 안양 사고 이후 침수 위험이 큰 하천변 아파트만이라도 지하 주차장에 차수벽 등을 설치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물이 차오르는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내려가선 안 된다거나 물이 무릎 위로 차면 서둘러 대피해야 한다는 내용의 아파트 안전관리 지침, 주민 행동 요령을 널리 알렸다면 가장 평온해야 할 자신의 집 주차장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웃의 안전보다 집값, 돈벌이와 같은 자신의 이익이 더 먼저 보이면 대형 사고의 전조를 알아채기 어렵다. 평당 억 소리가 난다는 고급 주택지인 서울 강남이 폭우가 오면 물에 잠기는 상습 침수구역으로 전락했지만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수재 위험에 입을 다문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주민은 “아파트가 침수 피해를 입었는데도 주민들이 집값 떨어진다고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국민 안전은 공짜가 아니다. 구성원들이 이웃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소한 사건사고를 허투루 넘기지 않는 안전 의식으로 무장하고, 정치와 행정이 목소리 큰 소수의 이익보다 침묵하는 다수의 안전부터 살필 때 가능한 일이다. 서울 중심가에선 일방적인 요구와 주장을 반복하는 이익집단의 확성기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지만 미국 뉴욕 시내에선 범인을 쫓는 경찰차, 불을 끄러 출동하는 소방차, 환자를 실어 나르는 구급차의 사이렌이 가장 요란하다. 포항 아파트 비극은 우리가 수십 년간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한다.
박용 부국장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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