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군의 ‘금의환향’
지난 16일 인천공항에서 6·25전쟁 당시 숨진 중국군 유해 반환 행사가 열렸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철원, 연천, 포천, 파주, 횡성, 홍천에서 발굴한 유해 88구가 중국 측에 전달됐다. 한국 측에서는 외교부 2차관이 공항에 나가 행사에 참석했다.
중국군 유해 반환 사업은 2013년 한중 양국 정부가 합의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향후 미군, 북한군 유해 송환 사업과 연계해, 전쟁의 상처를 화해와 평화의 새살로 바꾸자는 구상도 있었다고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 코로나 와중에도 2014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총 913구가 중국에 인도됐다. 한국은 “국제법과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9년째 약속을 지켰다.
총을 겨눈 사이에서도 인도주의와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이 아픈 역사까지 묻어둔 채 중국군 유해를 인도해 주는 동안 6·25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우리와 더 멀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 중국군 6·25 참전 70주년 기념 대회 연설에서 6·25 참전에 대해 “제국주의 침략 확대를 억제하고 중국의 안전을 수호한 것”이라고 했다. 10여 년 전까지 의례적으로나마 추가됐던 “참혹한 전쟁” “사람들에게 아픔을 남겼다”는 표현은 더 이상 중국 측 연설이나 문건에 등장하지 않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올해 유해 송환식을 보도하며 “민족의 기대를 짊어진 채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반대하는 깃발을 들고 전쟁에 참전했던 영웅들의 귀환”이라고 소개했다. 중국은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젠-20까지 띄워 유해 수송기를 예우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감사나 전쟁의 비극에 대한 언급은 찾기 어려웠다.
우리 정부도 양국 간 6·25에 대한 인식 차가 큰 상황에서 중국이 유해 송환 사업을 애국주의 소재로 이용하자 문제 제기를 했었다고 한다. 당시 중국 측은 “내부용일 뿐”이라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건 변명일 뿐 선전의 효과는 외부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2020년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한미 우호 관련 행사에서 “우리는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하자 “왜 중국군의 희생은 무시하느냐”며 중국 네티즌이 화를 내는 황당한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16일 유해 인도식에 참석해 자국 기자에게 “72년 전 평화를 수호하고 가정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240만명의 중국인민지원군이 전선으로 나아가 20만여 명의 영웅 열사가 생명을 희생했다”며 “조국과 인민은 그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군 유해 발굴에는 우리 장병들의 땀과 정부 예산이 들어간다. 그 예산 가운데는 6·25 때 조국을 지키려 중국군과 싸운 군인, 전쟁 희생자의 후손이 낸 세금도 포함돼 있다. 참전 용사를 비롯한 국민이 이해할 성과를 내고 있는지 정부는 중국군 유해 반환 사업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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