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전서 싸운 영국 노병 유해 홀대한 보훈처

2022. 9.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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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별세한 6·25전쟁(한국전) 유엔(UN) 참전용사 고 제임스 그룬디 씨의 유해함이 국내에 들어와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훈처는 생전 한국에 묻히고 싶었던 그룬디 씨의 유해함이 국내에 반입된 것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 6월 20일 캐나다 참전용사 고 존 로버트 코미어 씨의 유해가 국내로 들어올 때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성대한 봉환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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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 예우 책임 부서 직무유기, 일 처리 방식도 이벤트성 오해 자초

지난달 별세한 6·25전쟁(한국전) 유엔(UN) 참전용사 고 제임스 그룬디 씨의 유해함이 국내에 들어와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고인의 유해함은 봉환식은 고사하고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 국가보훈처의 한심한 대처가 문제다. 보훈처는 생전 한국에 묻히고 싶었던 그룬디 씨의 유해함이 국내에 반입된 것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한 보훈처는 전 세계에서 유엔묘지를 향해 추모하는 11월 11일 ‘턴 투 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행사에 맞춰 안장하겠다고 한다. 보훈처의 모토는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다. 보훈처가 이 같은 존재 의미를 스스로 저버린 격이다.

그룬디 씨는 전쟁 기간 시신 수습팀원으로 복무하면서 영국·유엔군 등 시신 약 90구를 거두고 부산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도운 영국인 참전용사다. 전쟁 뒤 그는 매년 부산을 찾아 유엔기념공원에 잠든 전우들의 묘역을 살폈다. 본인 역시 이곳에 묻히고 싶다는 의사가 강력했다. 그룬디 씨는 생전 부산을 방문할 때마다 자신을 챙겨준 A 씨에게 그런 내용이 담긴 유언장을 전달했다. 그의 ‘한국 가족’인 셈인 A 씨는 그룬디 씨 사망 직후 영국에서 직접 유해를 수습해 지난달 국내로 들어왔다. 하지만 보훈처는 예산 문제 등을 들어 11월 합동안장식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룬디 씨 유해함은 현재까지도 A 씨의 집에 있다.

보훈처는 2015년부터 유엔 참전용사 본인이나 유가족의 요청이 있으면 참전용사 사후 개별 안장을 진행하고 있다. 안장식에 참석하는 유족에 항공료와 숙소 지원은 물론 유해함이 한국에 도착할 때 예우를 다해 봉환식도 거행한다. 앞서 지난 6월 20일 캐나다 참전용사 고 존 로버트 코미어 씨의 유해가 국내로 들어올 때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성대한 봉환식이 열렸다. 당시 박민식 보훈처장은 유족 대표에게서 고인의 유해함을 받아 봉송 차량까지 직접 모셨다. 의장대가 도열해 참전용사에게 최고의 예우를 갖췄으며, 유해는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그룬디 씨의 유해함이 부산의 지인 집에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행사로 방문한 영국 런던에서 빅터 스위프트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회장에게 국민포장을 수여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대표해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준 참전용사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이다. 정작 ‘유엔 참전국 등과의 보훈외교 증진에 앞장선다’는 보훈처는 참전용사를 홀대하고 있어 문제다. 게다가 그룬디 씨 유해함을 유엔묘지 추모 날까지 방치하겠다는 것은 정치인 출신인 박 처장의 이벤트성 일 처리라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22개국 195만여 명의 유엔 참전용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예우를 책임진 보훈처는 당장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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