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잠시 휴대폰을 꺼두셔도 좋습니다

국제신문 2022. 9. 21. 0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 늘면서 SNS 알고리즘 의존도 증가
고정관념 등 확증편향 우려..'디지털 디톡스' 실천해보길

“또 다른 세상과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고즈넉한 대나무 숲의 고요함을 깬 휴대폰 벨 소리 영상과 함께 뜬 과거 어느 통신사의 TV 광고 문구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잘 터진다는 통신사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제작된 광고였는데, 20여 년이 지난 현재 이 광고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기기는 현대의 인류에게 필수품이 되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가 된 것처럼 스마트폰 없이는 살기 힘든 인류를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 새롭게 정의하기도 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모바일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고, 이를 활용하여 무수히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알람에 맞춰 아침에 눈을 뜨고, 언제 어디서나 뉴스를 검색하며, SNS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행정업무는 물론 건강도 관리하고 있다. 잠을 잘 때조차 손목의 스마트워치는 사용자의 신체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긍정적 효과를 지닌 스마트기기의 확산은 현대의 디지털 시대에 거역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스마트기기의 사용시간과 의존도가 증가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활동이 강요됨에 따라 스마트기기의 사용시간이 급격히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의하면 2019년 하루 평균 스마트기기 사용시간은 1.3시간이었는데, 2020년에는 2.0시간으로 전년 대비 53.8% 급증했다.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과다사용자 비중도 2020년 24.7%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10대 청소년 중 스마트기기 사용시간이 3시간을 초과하는 비중은 무려 49.3%에 달하고 있다.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스마트폰이 일상에서 가장 우선시 되고 자율적인 조절능력이 감소해 신체적, 심리적 문제와 함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의 비중도 매년 증가하여 2021년에는 24.2%를 기록했다.

기업에서도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은 업무의 효율을 오히려 저하시키고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는 흔히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태스킹이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습관적인 멀티태스킹은 뇌의 피로도를 가중시켜 주의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인지하는 메타인지 능력을 저하시킨다. 가령 스마트폰을 보면서 대화하고 업무를 하게 되면 그 순간에는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여도 다음날 확인해보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업무를 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또한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 다니는 사람을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를 합성한 스몸비(smombie)라 칭하는데 산업현장에서의 스몸비 근로자는 안전사고를 발생시킬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미국 보잉사와 제너럴모터스는 2018년부터 보행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은 올 초부터 보행 중 휴대폰 사용 금지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직장 내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대한 과의존뿐만 아니라 유튜브 및 인스타그램 등의 SNS 알고리즘 추천기능은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힘들여 검색할 필요 없이 내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노출시켜주는 알고리즘 추천기능은 한편으로는 매우 편리하고 유익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용자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에 매몰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 기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연령 성별 지역 검색기록 및 시청내역 등을 수집 분석하여 이용자의 성향에 반대되는 콘텐츠는 후순위로 추천하거나 차단해버리며 유사한 성향의 콘텐츠만을 노출시킨다. 알고리즘을 통해 걸러진 정보만을 접하게 된 이용자는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히게 되고, 더욱 편향적인 정보가 추천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로 인해 정치 및 사회 전반에 걸쳐 소통과 이해가 약화되고 반목과 갈등이 증폭되는 것이다. 기업에서도 경영진이 확증편향에 빠져 있다면 정확한 상황 판단을 통해 객관적이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유튜브를 거느린 세계 최대 IT기업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2012년 보스턴대 졸업식 축사에서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며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면서 대화하라”고 역설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스마트기기를 포기할 수는 없으나 독성을 해독하는 디톡스(Detox)란 말처럼 가끔은 스마트기기와 떨어져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는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장민철 ㈜디프로매트 대표이사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