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물에 뜨는 집, 수영복 원단 양복이 뜨는 일본
일본은 지진, 태풍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매우 빈번한 나라다. 게다가 이상기후의 영향도 더해져 재해가 더욱 잦아진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태풍으로 인한 수해피해가 극심해 수많은 이재민이 속출하기도 했다.
2018년 서일본 홍수 사태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낳았는데 공동주택보다 단독주택이 비교적 많은 일본의 특성상 수많은 주택이 침수와 유실은 물론 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장면들이 뉴스에 등장하면서 끔찍한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4년 전 수해를 계기로 새로운 형태의 특수주택을 개발해 판매에 나선 전문기업이 있어 화제다.
엄청난 폭우로부터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주택을 개발했는데 이른바 내수해주택(耐水害住宅)이다. 이 첨단주택은 '물에 뜨는 집'으로도 불리는데 이 기발한 집을 개발한 업체는 연간 1만2000채 이상 주택을 제조하며 기네스북에 등재된 이치조코무텐이다.
내수해주택이란 집의 마루 아래부터 마루 위까지 침수로 인한 수해재해를 막는 특수한 여러 기능이 탑재된 주택이다.
이 회사는 2019년 10월 기본적인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각종 실험에 나섰는데 우선 침수에 대비해 평상시는 집의 바닥 아래에 있는 공기환기구 안쪽에 플로트식의 밸브를 설치, 물이 침투하면 밸브가 떠서 뚜껑 역할을 함으로써 바닥으로의 침수를 방지하며 집이 떠오르게 되고 물이 빠지면 밸브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 다시 환기구로 작동하게 된다.
수위 5m까지 버틸 수 있는 구조며 더이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게 주택 모서리 네 곳에 특수 와이어를 설치하고 기둥에 연결함으로써 수위가 낮아지면 자동으로 주택이 제자리로 찾아온다. 배가 정박했을 때 수면 높이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특히 투습 방수시트라고 하는 것을 외벽면 전체를 감싸도록 시공함으로써 외벽면으로부터 댁내 침수를 방지하고 전용접착제를 사용해 수밀성을 확보한다.
1층에 있는 현관과 창은 자동차 도어 패킹을 제조하는 회사와 공동으로 전용 패킹을 개발해 높은 수압에 견딜 수 있도록 5㎜ 두께의 강화유리를 설치하고 고압성을 유지하기 위해 열쇠구멍의 위치를 높였다.
또한 지속적인 강우로 침투된 물의 양이 증가했을 때 일어날 역류에 대비한 방지밸브를 전문 메이커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 주택을 채택하려면 2배의 내진을 선택해야 하는데 5m 수심 대응형이 3.3㎡(평)당 3만엔의 제작비가 추가된다. 수해가 할퀴고 간 후 곰팡이와 냄새를 제거하는데 1년 이상 걸리는 것과 비교해보면 그렇게 비싼 가격이 아니다.
이 첨단주택 출시와 관련, 일본 업계에서는 '오버 스펙'이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앞으로 어떤 수준의 재난이 닥쳐올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다양한 기능을 개발해나가는 것은 재난국가 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외에 최근 몇 년간 코로나, 지진, 홍수 등 각종 재난을 겪으면서 당연히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신사복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양복이 있어 화제다.
2021년 7월 신사복 대기업 아오야마상사가 출시한 '제로프레셔 슈트'는 세금 포함, 1만엔 이하 가격의 고기능 슈트로 사이즈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까지 '거의 매진' 상태가 계속될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다.
상품명대로 가격이나 체형변화, 착용상황, 가격대에 압력을 느끼지 않는 아이템이라는 콘셉트를 내건 이 상품 또한 2018년도 대홍수와 관련이 있다. 이 회사는 대홍수 이후 성별을 불문하고 재난 시에도 피난소 등에서 스트레스 없이 입을 수 있는 상품개발에 착수했는데 그게 바로 '제로프레셔 슈트'다.
특히 수영복 등에 사용되는 스트레치섬유 'ROICA'(로이카)를 사용한 원단을 채택함으로써 "슈트에 수영복 소재?"라는 입소문도 한몫했지만 실제로 모든 일상생활은 물론 재난상황이나 간단한 스포츠활동을 할 때도 전혀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위에 열거한 현상들이 앞으로는 재난국가 일본에서만 필요한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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