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의 시대적 역할 새삼 일깨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강연

2022. 9. 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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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마리아 레사 래플러 최고경영자는 20일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몰아내고 팩트를 지키기 위해선 언론과 시민사회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3회 세계지식포럼 '언론의 자유와 소셜미디어' 세션 강연자로 나선 그는 언론인으로서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권력이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데 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레사는 이날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과 시대정신'을 주제로 진행된 특별강연에서도 "소셜미디어에서 전파되는 가짜뉴스가 진실을 왜곡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팩트체크를 위한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레사는 2012년 탐사보도 매체인 래플러를 공동 창업한 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의 반(反)인권적 폭력성과 그 과정에서 확산되는 가짜뉴스의 문제점을 집중 비판해 왔다. 이런 공로로 그는 세계신문협회의 황금펜상에 이어 유네스코 세계언론자유상을 수상했고 2018년에는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언론이 담당했던 정보의 '게이트 키퍼' 역할을 소셜미디어가 대신하며 저널리즘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레사는 "이대로 가면 2년 뒤에는 세계에서 극우파와 독재자 등 반자유주의 지도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언론과 시민사회의 연대를 강조했는데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이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80개국 중 43위로 상위권에 올라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는 수시로 분열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분노와 혐오를 부추기는 팬덤정치 속에서 만들어진 가짜뉴스가 검증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마구 전파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진실을 전하려는 저널리즘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이런 때 언론의 시대적 역할을 새삼 강조한 레사의 강연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한국 언론이 팩트체크를 기반으로 인권과 민주주의 같은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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