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오마이갓] 송길원 목사의 '딴 우물' 개척 30년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2022. 9.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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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가정사역 NGO '하이패밀리' 30주년
30주년을 맞은 개신교 가정사역 NGO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가 20주년 당시 자신의 저서를 쌓고 기념 촬영한 사진 앞에 섰다. 송 목사는 "지금 책을 다시 쌓으면 제 얼굴을 가릴 것 같다'며 웃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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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기독교 신앙+문화’로 해법 제시

개신교 가정 사역 전문 NGO ‘하이패밀리’가 오늘(21일) 창립 30주년을 맞습니다. 하이패밀리는 한국 개신교에서 독특한 위치의 기관입니다. 아직도 생소하게 여기는 분이 많은 ‘가정사역’을 담당하거든요. 가정사역을 간단히 설명 드리면, 가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를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하이패밀리의 최근 활동을 말씀드리는 편이 이해에 도움이 되겠네요. 말기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가보고 싶은 곳으로 외출을 도와드리는 ‘앰뷸런스 소원재단’, 개신교식의 ‘작은 장례식’ 캠페인, 양부모의 학대를 받다 세상을 떠난 ‘정인이’가 잠든 어린이 수목장 ‘안데르센 메모리얼 파크’ 등이 하이패밀리가 최근 해온 일입니다.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와 아내 김향숙 박사는 “탄생에서 결혼, 부부관계, 자녀관계, 죽음, 장례까지 신앙인답게 살아갈 수 있게 상담하고 도우며 길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합니다.

경기 양평의 하이패밀리 전경. '하늘나라 우체통' 뒤로 계란 모양 '청란교회' 등이 보인다. /김한수 기자

송 목사는 고신대 신학대학원을 나온 목회자입니다. 목회자들은 목사 안수를 받은 후 교회의 부목사로 시작해 경험을 쌓은 후 본인이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송 목사님은 좀 달랐습니다. 목사 안수를 받고 고신대 의대와 복음간호전문대 교목(校牧)으로 목회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1992년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란 간판으로 가정사역을 시작했지요.

왜 이름도 생소한 ‘가정사역’을 시작했을까요. “교목 생활을 하면서 많은 학생을 상담했습니다. 의사를 지망하는 수재들이었지만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특히 가정 문제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혼-싱글 등 보듬는 미국 교회 보며 아이디어

가정사역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그는 1990년대초 미국 교회들을 방문했다가 희한한 풍경을 목격했답니다. ‘30대 싱글을 위한 모임’ ‘이혼자를 위한 모임’ ‘부모 교실’ 등 팸플릿이 교회마다 비치돼 있었던 거죠. 그는 충격을 받았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교회에서 그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내기도 어려운 분위기였던 것이죠. 속으로 ‘이거다!’ 싶었던 그는 자료도 모으고 스스로 연구도 하면서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를 열었답니다. 처음엔 사무실 구할 임차료도 없어 고신대 의대 교목 시절 알고 지낸 의사의 병원 입원실 한 칸을 무료로 제공받아 시작했답니다. 하나님이 세운 두 기둥인 교회와 가정이 바로 서야한다는 생각이 바탕이 됐지요.

하이패밀리는 기독교식 장례문화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사진은 2020년 고인이 쓰던 효자손을 비롯한 유품과 환한 표정의 영정 사진을 함께 테이블에 올린 모습. 이 장례식의 컨셉트는 '함박웃음'이었다. /하이패밀리

그는 “이어령 선생은 ‘모두 한 방향으로 뛰면 1등부터 꼴찌까지 등수가 나뉜다. 그러나 운동장 한 가운데서 각자 좋아하는 방향으로 뛰면 모두가 1등’이라 하셨다”며 “저는 교회 목회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뛴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부부 문제, 성희롱 예방, 성매매 거부 캠페인 등 앞장

교회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기관을 꾸려간다는 것은 ‘아이디어 전쟁’입니다. 교회는 교인들의 헌금으로 꾸려가지만 기관은 교회나 교인들이 공감하고 기꺼이 후원할 만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공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면 사회의 흐름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남들보다 먼저 문제를 포착해야 하지요. 지금까지 송 목사가 집필한 책만 60여권에 이릅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 결과이지요.

하이패밀리가 설립한 앰뷸런스 소원재단은 말기 환자들의 마지막 가족 나들이 소원을 도와드린다. 사진은 환자와 가족들이 바닷가 노을 나들이하는 모습. /하이패밀리

송 목사는 1990년대초 ‘부부 세미나’를 통해 관심을 끌었지요. 인류가 탄생한 이래 부부 문제가 없었던 적은 없겠지요. 당시는 1970~8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 이후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잠복해있던 가정 내의 문제들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올 무렵이었지요. 설립 이듬해인 1993년 문을 연 ‘부부 세미나’는 단번에 관심을 끌었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부부 세미나’ 장소를 괌으로 옮겨 4박 5일간 열었답니다. 비용이 꽤 들었지만 반응은 좋았답니다. 그동안 드러내지 못한 고민을 함께 토로하면서 치유됐던 것이지요. 많을 때는 50~60쌍씩 1년에 7회 정도 괌으로 떠났답니다. 그 과정에서 유명 인사들도 많이 만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답니다. 전설의 홈런왕 이만수 감독도 그때 인연을 맺었다고 하지요.

부부 세미나뿐 아니라 하이패밀리는 성희롱 예방 워크숍, 결혼예비학교, 성매매 거절 10만명 남성 서명운동 등 송 목사는 끝없이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가정 문제를 기독교적 가치를 기반으로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하이패밀리의 활동은 점차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게 됐지요. 사무실도 부산에서 일산, 양재동을 거쳐 2017년엔 현재의 경기 양평으로 옮기게 됐고요.

하이패밀리에 설치 중인 '바이블 벽'. 얇은 금속판 위에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구절을 새길 예정이다. /김한수 기자

5년 전 정착한 양평 서종면 하이패밀리의 명칭은 ‘W-스토리’입니다. 약 3만평 땅에 자리하고 있지요. W는 way, wish, worship, wisdom 등 자신만의 ‘W’를 대입해보라는 의미에서 뜻을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은 일종의 ‘기독교 테마파크’입니다. 달걀을 세워놓은 것 같은 모양의 4~5평 공간의 작은 예배당인 ‘청란교회’를 비롯해 묵상 산책길과 수목장 등이 펼쳐져있지요. 고요한 산속에서 묵상하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장치들이 많습니다.

◇최근 앰뷸런스 소원재단, 기독교식 작은 장례식 캠페인

이곳을 터전으로 송 목사는 장례문화 개선, 수목장, 앰뷸런스 소원재단을 출범했습니다. ‘기독교식 작은 장례식’은 콘셉트가 ‘함박웃음’이었습니다. 이곳 강당에 고인의 생전 환한 모습을 담은 사진과 효자손 등 유품을 전시하고, 발인 예배에서는 후손들이 할머니와의 좋은 추억을 이야기하며 함박웃음으로 보내드리는 장례식을 선보였습니다. 이런 방식의 기독교식 장례식은 확산 중입니다.

'정인이'가 잠들어있는 안데르센 추모공원. 하이패밀리엔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수목장이 마련됐다. /김한수 기자

‘앰뷸런스 소원 재단’은 말기 환자들이 병원에서 임종을 맞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할 수 있도록 차량과 안전요원을 제공합니다. 작년부터 이미 10여명의 환자들이 가족 나들이를 했지요.

◇교회-교인 십시일반 후원, 이영애씨도 도와

이 같은 활동은 교회와 교인들 그리고 뜻을 함께하는 후원자들에 의해 이뤄집니다. 월 1만원, 3만원, 10만원씩 후원한답니다. 또 탤런트 이영애씨 등은 거액을 후원하기도 했지요. 지금까지 1억원 이상 후원한 분들도 40여명에 이른답니다. 사회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반걸음, 한걸음씩 앞서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낸 덕분입니다. ‘공감 릴레이’인 셈이지요.

송 목사는 “앞으로도 사회의 흐름에 맞춰 생애 주기별로 공감 코드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도 하이패밀리가 ‘촉’을 잃지 않고 가정과 기독교, 문화를 연결하는 역할을 잘해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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