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5년만에 친환경 '명예회복'.. 녹색 에너지로 공식 규정

박상현 기자 2022. 9. 2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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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원전을 포함시킨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개정안을 20일 공개했다. 유럽연합(EU)이 최근 원전·천연가스를 ‘녹색 에너지’로 분류해 내년 1월 EU택소노미 시행을 앞둔 데 이어, 우리도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라고 공식화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작년 말 발표한 K택소노미에서 제외했던 원전을 넣으면서 국내 중·장기 탄소 중립 달성과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정부는 전문가·산업계·시민사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말 K택소노미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원자력 발전을 한국형 녹색분류 체계에 포함하기 위해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 ▲원전 신규 건설 ▲원전 계속 운전 등 3가지로 구성된 원전 경제활동 부분에 대한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9.20 /연합뉴스

‘택소노미(taxonomy·분류체계)’는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활동을 분류한 목록이다. 이 목록에 포함돼야 친환경 관련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환경부는 이날 ‘녹색 부문’(탄소 중립과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녹색 활동) 64개, ‘전환 부문’(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 5개 등 총 69개 경제활동으로 구성된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에 ‘원자력 핵심 기술 연구·개발·실증’(녹색 부문), ‘원전 신규 건설 및 원전 계속 운전’(전환 부문) 등 원전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최근 EU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는 등 기후변화 및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 전력원으로 원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면서 “2050 탄소 중립 달성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촉발된 각국의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 의식 등 국제 정세까지 반영해 K택소노미에 원전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차세대 원전, 핵융합 등 우리의 미래 원자력 기술이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이번 결정은 정치적 논리에 따라 특정 에너지원을 원천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조화를 이룬 ‘에너지 믹스(mix·전환)’를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환 부문의 경우 EU택소노미와 비슷한 수준의 조건을 걸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저장·처분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 계획 수립, 폐기물 처분 계획의 실행을 담보할 법률의 제정,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 보유,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금 및 원전 해체 비용 보유, 2031년부터 모든 원전 설비에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적용 등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원전을 ‘녹색’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와 원전의 안전성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감안한 것이다. 다만 환경부는 폐기물 처분 계획과 관련해선 “작년 12월 정부가 확정한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 계획’이 이미 나와 이번 초안에선 구체적 처분 시설 확보 연도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세부 계획 이행을 위한 법률 제정을 추가 조건으로 삽입해 처분 시설을 적기에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시절 단행된 ‘탈(脫)원전 정책’ 폐기에 마침표가 찍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경부는 작년 12월 말 발표한 K택소노미 초안에선 전력 생산과 관련된 ‘발전 분야’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 등은 녹색 에너지에 포함하면서도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은 포함하지 않았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가 발표한 ‘전원별 전주기(全週期) 온실가스 배출계수’에 따르면, 1kWh(킬로와트시)당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석탄이 820g으로 가장 많고, 바이오매스(230~740g), LNG(490g), 태양광(27~48g), 원전(12g) 순이다. 이에 당시 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춰 환경부가 원천적으로 원전을 배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원전의 ‘녹색’ 분류 여부를 두고 이견이 컸던 EU 회원국들도 결국 탄소 중립을 위해선 원전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국내 탈원전 정책이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탄소 중립에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K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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