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넘어서, 더 높이 '고'
오승환의 '최연소 40세이브' 기록·28년 묵은 팀 우승 숙원에도 도전장
프로야구 LG는 마무리가 귀한 팀이었다. 김용수, 이상훈이라는 역사적인 마무리를 보유했던 팀이지만 이후로는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고, 외국인 투수의 보직을 바꿔가며 마무리를 찾아헤맸다.
봉중근이 등장하면서야 LG의 뒷문 고민은 사라졌다. 선발로 뛰던 봉중근은 2012년 시즌 중 마무리로 이동해 2013년에는 38세이브를 거두며 1997년 이상훈(37세이브)을 넘어 LG 역사상 한 시즌 가장 많은 세이브를 거둔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2020년대의 LG는 정반대다. 불펜 평균자책 1위를 도맡고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마무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가장 걱정하지 않는 포지션이 뒷문이다.
고우석(24·LG)은 기록상 LG 최고의 마무리였던 봉중근의 기록과 이미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17일 한화전에서 시즌 38세이브째를 올렸다. 19일 현재 이 부문 2위 김재윤(KT·30세이브)에 상당한 차이로 앞서 있어 세이브왕도 사실상 확보한 상태다.
LG 소속 세이브왕은 2003년 이상훈(30세이브)이 마지막이다. 구단 사상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를 거둔 봉중근도 그해 46세이브를 거둔 손승락(당시 넥센)에 막혀 1위를 해보지 못했다. 고우석은 LG의 약 19년 된 한을 풀 예정이다.
무엇보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귀한 40세이브 달성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LG는 18경기를 남겨뒀고 고우석은 2세이브만 더하면 40세이브 고지를 밟는다. 정규시즌 우승 경쟁 중인 LG에서 고우석의 40세이브는 시간문제다.
40세이브는 역대 7번, 4명밖에 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팀당 144경기 체제로 경기 수를 더 늘렸는데도, 각 팀 마무리가 젊은 투수들로 완전히 교체된 2010년대 중반 이후로는 40세이브 구경을 할 수 없었다. 2013년 손승락 이후 없었던 40세이브가 다시 나온 것은 지난 시즌이다. 삼성 오승환이 44세이브를 거뒀다. 오승환이 해외에서 돌아온 뒤에야 8년 만에 40세이브 마무리가 다시 탄생했다.
시속 150㎞대 중반의 강속구를 뿌리는 고우석은 마무리의 새 세대를 대표하는 투수다. 1998년 8월6일생인 고우석은 9월 안에 40세이브를 채우면 2006년 오승환(만 24세1개월26일)이 기록했던 최연소 40세이브 기록도 넘어설 수 있다. 오승환은 역대 7번 나온 40세이브를 혼자 4번이나 달성한 주인공이다. 그 시작이 2006년 최연소 40세이브(47개)였다.
고우석은 2019년 마무리를 처음 맡아 바로 35세이브를 거두며 ‘영건 마무리’ 중 가장 먼저 앞서나갔다. 그러나 강력한 구위에도 결정적인 경기에서 흔들리고 무너지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과거 세대 마무리들처럼 100% 믿음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의 고우석은 신뢰에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시즌 초반부터 여러 경기에서 조기투입돼 멀티이닝을 소화했고, 리그 마무리 중 유일하게 평균자책 1점대(1.67)를 기록하고 있다. 블론세이브도 2번으로 전체 마무리 중 가장 적다. 고우석의 세이브는 LG의 승리다. 잘 자란 마무리 고우석이 세이브왕과 28년 묵은 LG의 우승 한풀이에 도전한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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