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전술 훈련 중심에 선 이강인, 킥·킥·킥..벤투를 웃겨라
중원서 손준호와의 호흡도 눈길
왼발 직접 프리킥 전담 가능성도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3)은 최근 이강인(21·레알 마요르카)을 소집하면서 “활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도움 공동 1위(3개)에 오른 그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오는 11월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대표팀 경쟁력도 달라질 수 있다. 23일과 27일 코스타리카와 카메룬을 잇달아 상대하는 9월 A매치 2연전의 화두다.
벤투 감독의 의지는 20일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축구대표팀 훈련에서도 잘 드러났다. 대표팀 소집 이틀째인 이날 1시간20여분가량 진행된 훈련 막바지에 전술 훈련을 끼워넣었다. 벤투 감독은 평소 외부에 훈련을 공개할 땐 민감한 전술 훈련을 배제하는 편인데, 이날은 취재진에 그 모습을 보였다. 중심에 이강인이 있었다.
벤투 감독은 상대의 골킥을 잡아챈 뒤 빠르게 공세를 풀어가는 상황에서 이강인에게 세 가지 역할을 요구했다. 이강인이 처음 맡은 포지션은 소속팀에서 익숙한 처진 스트라이커였다. 이강인은 손흥민(토트넘)과 나란히 전방에 포진돼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하거나 공격 작업을 풀어갔다.
이강인의 본업인 중앙 미드필더도 예상대로 하나의 옵션이었다. 이강인은 평소보다 내려온 위치에서 공격 작업을 풀어가는 플레이메이커로 뛰었다. 눈길을 끈 것은 그가 대표팀의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 손준호(산둥)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이다. 탁월한 공격 능력과 달리 수비에선 다소 손색이 있는 이강인의 약점을 보완하는 중원에서의 ‘1+1’ 플랜이다.
또 이강인은 권창훈(김천)과 자리를 바꿔 왼쪽 측면으로 이동했다. 스피드가 장점이 아닌 그에게 어울리는 최상의 옷은 아니지만 주발인 왼발을 살려서 크로스를 배달했다. 이강인이 소속팀에서 수비에 나설 땐 측면을 틀어막는 역할에 익숙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손흥민이 “강인아 올려, 헤당할게”라고 외치는 장면도 나왔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대표팀의 전담 키커로도 실험했다. 지금껏 대표팀에선 손흥민이 주로 맡았는데, 선수마다 주발을 고려해 세분화했다.
왼발은 이강인과 손흥민, 오른발은 손흥민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의 몫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강인이 왼발 직접 프리킥으로 골망을 가르자 선수들 사이에서 찬사가 나왔다.
벤투 감독이 훈련을 모두 마친 뒤 이강인만 따로 불러 4분 남짓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어가 유창한 이강인과 포르투갈 출신 벤투 감독은 언어 소통 문제는 거의 없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감독님과 선수가 따로 대화를 나눈 부분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대화를 나누는 데 통역을 거칠 필요가 없는 만큼 원활한 소통이 기대되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파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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