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기술이 '고령 사무직' 밀어낸다..퇴직 위험 3.6배 높여

이윤주 기자 2022. 9. 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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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연구 보고서, 상관관계 분석
젊은층보다 일자리 불안 1.3배
"기술 도입 시 면밀히 고려해야"

자동화 기술도입은 사무직 고령 노동자의 퇴직위험을 3.62배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무직 고령 노동자의 경우 젊은 노동자보다 퇴직위험이 1.3배 높았다.

정종우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과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20일 ‘기술도입이 고령자 퇴직위험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에서 “기술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면서도 동시에 생산성을 증대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이중적 역할을 하는데, 연령대별로 영향력이 상이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5년 초 기준 3033개 기업에 종사 중인 25~69세 노동자 96만2404명을 대상으로 기업별 기술도입 후 3년간(2015~2017년) 고용상황을 추적조사했다. 자동화 기술도입 여부, IT 투자 확대 여부, 정보기술(IT) 관련 장비구입 증가 여부를 모두 포괄하는 의미의 기술도입이 퇴직위험, 즉 일자리에서 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 것이다.

조사 결과 기술도입은 전반적으로 퇴직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50세 이상의 고령 노동자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이 적었고, 일부 직종에 따라서는 퇴직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화 기술이 도입된 회사에서 사무직 고령 노동자는 자동화 기술이 도입되지 않은 회사의 사무직 고령 노동자와 비교해 퇴직 위험이 3.62배 높았다. 이는 젊은 노동자와 비교해서도 1.3배 높은 수치다.

정 과장은 “사무직의 경우 기술도입으로 퇴직위험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젊은 노동자보다 고령 노동자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칙성을 갖춘 반복 노동이 기술로 대체된 것일 수도 있고, 기술이 도입되면서 노동자들이 변경된 업무수행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도 퇴직위험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IT 관련 장비 구매는 고령 노동자들의 비자발적 퇴직위험을 1.48배 높였지만 젊은 노동자의 퇴직 위험에는 영향이 없었다. 비자발적 퇴직은 노동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해고된 경우를 말하는데, IT 관련 장비 구매가 고령 노동자의 퇴직 위험만 높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과장은 “비자발적 퇴직은 사용자 측에서 해당 노동자를 더 고용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노동수요 측면에서 고령 노동자의 퇴직위험을 높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인구감소에 대비해 노동력 유지를 위한 정책을 수립할 때 기술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근로자 연령에 따라 상이할 수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새로운 기술도입 시 고령자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원인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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