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에 맞선 독일 정부의 노력
요즈음 유럽은 연일 물가가 치솟고 있다. 유럽연합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8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9.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발트 3국으로 불리는 에스토니아(25.2%), 라트비아(21.4%), 리투아니아(21.1%)가 가장 심각하고, 프랑스(6.6%)와 몰타(7.0%), 핀란드(7.9%) 등의 국가들은 역시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같은 조사 결과에 나타난 독일의 2022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대비 8.8%였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도 물가 상승폭이 심상치 않다. 독일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8월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7.9%를 기록, 지난 3월부터 7%를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이다. 실질 가격을 근거로 한 물가상승률은 에너지와 식료품 등의 필수소비재가 7월 대비 8월 기준 19.5%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하루 상품의 가격이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196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에서 7% 이상이 기록된 것은 1973년이 유일하다. 이때가 바로 제4차 중동전쟁이 초래한 오일쇼크가 있었던 시기였다. 물가상승률만 비교하여 단언할 순 없지만, 현재 유럽은 그때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시작된 이후부터 나타났다.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고, 이미 전쟁 초기부터 독일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던 천연가스 공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의존했던 식품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진 것도 큰 원인이다. 생필품 중에선 식용유를 시작으로 밀가루, 버터, 설탕, 쌀이 점차 슈퍼마켓에서 사라졌고 휘발윳값은 리터당 2유로(일반품질 기준)를 넘었다. 식료품 품목별 물가상승률을 보면 지난해 8월과 비교해 식용유는 44.5%, 유제품과 달걀은 26.8%, 육류는 18.6%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지역저축은행(Sparkasse)협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현재 독일 가구의 60%가 소득보다 높은 생활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당연하게도 저축한 돈을 써버릴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면서, 월 순수익에 따른 구호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구동독지역이 서독지역에 비해 빠른 속도로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생활을 위한 기본비용이 비슷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두 지역 간 소득격차(월간 약 700유로)가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동독지역에선 높은 식료품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식료품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싼값에 제공하는 푸드뱅크 이용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 측에선 높아지는 생활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9유로 승차권’으로 명명된 할인 교통권을 판매하고 유류세를 인하하는 등의 정책이 6월부터 8월까지 한시적으로 진행되었다. 재생에너지분담금(EEG-Umlage)으로 불리는 특별세금도 폐지했다. 그 결과 교통 분야 물가상승률은 전년도 동기 대비 2022년 6월 8.3%, 7월 5.4%, 8월 3.7%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 정책이 도입되기 직전인 5월이 16.3%를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그 효과가 충분했음이 가늠된다. 9월부터는 300유로의 에너지 특별 지원금(노동자 가정), 가스료의 부가가치세 감세(19%→7%), 학생 생활지원금(200유로) 지급, 최저 임금(12유로) 인상 등이 시행된다. 한껏 오른 생활비를 약간이나마 감당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치들이 마련된 것은 다행이다.
쌀쌀해지는 9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독일 경제와 사회상황은 더욱 안 좋아지고 있고 이는 국제정세가 안정된 이후에도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닥쳐온 경제위기는 한동안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나마 기업보다는 시민들을 위한 구호 조치를 만드는 정책기조의 독일이기에, 이번 겨울은 조금 춥지만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되는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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